그리고, 세종시는 왜 술을 많이 안 마실까?
질병관리청 등이 합동으로 조사한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강원도가 전국 시도에서 가장 고위험음주율이 높고 세종시가 가장 낮다.
▶ 자료는 질병관리청 > 지역사회건강조사 > 자료실 > 2022 지역건강통계에 올라와있다.
'시골이니깐'
'외지니깐'
'카지노가 있어서 그런가?'
'술의 매출이 높아서 그런가?'
이렇게 추측하는 건 섣부르다.
먼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이 통계는 '기업들의 술매출 데이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아래처럼 표본을 추출해 수집원들이 태블릿을 가지고 방문 후 개인의 동의를 얻어 수집된 자료다.
보는 바와 같이 상당히 정밀하고 높은 정확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음이 짐작된다.
나는 여러 데이터들 중에서 같은 지역 중에서도 고위험음주율이 높은 지역들의 특징에 주목했다.
고위험 음주율이 높은 지역은
같은 지역에서도 중심지에서 상대적으로 먼 곳이다.
강원도 정선군은 제천을 기준으로 영월을 지나서 더 안쪽에 위치해 있다.
서울은 서울특별시청이 있는 종로보다는 강북이 상대적으로 더 먼 곳이다.
경기도는 너무 커서 상대적 비교가 어렵지만 서울 중심부의 접근성만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고위험음주율이 가장 낮은 성남시 분당구와 비교했을 때 약 2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다른 지역들도 행정구역상으로 볼 때 음주율이 높은 곳은 중심지역과 거리가 있는 곳이다.
고위험음주율이 높은 지역은 전체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강원도가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위험음주율이 낮은 지역에 들어있는 전남 보성군, 경북 의성군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소득자료, 인구 유입 전입 통계와 같은 데이터가 함께 있다면
추론해 보는데 더 도움이 되겠지만 없어서 추측만 해봄이 아쉽다.
보성군은 녹차로 유명한 곳이다.
녹차 관련 가공품을 판매하고 녹차밭을 관광하는 외지인의 유입도 많다.
경북 의성군도 청풍호를 비롯해 관광 인프라가 좋아 외지인의 유입이 많은 곳이다.
고위험음주율이 가장 낮은 세종시는 정부세종청사와 연구소들이 있어 의지적으로
음주를 자제하는 경향이 큰 특징이 있고
주말마다 서울, 경기에 있는 집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다.
고위험음주율은 한번 마실 때 소주 1병 이상을 마시고,
이 같은 술자리를 일주일에 이틀 이상 갖는 상태를 말한다.
음주로 인한 숙취로 다음날 일에 지장을 준다면 음주를 하지 못하는데
그런 걱정이 없다면 음주율이 높게 된다.
사람들을 만나고
해야 될 일이 많고
바쁘게 생활해야 한다면 고위험음주율이 높을 수 없다.
만날 사람이 없고
해야 될 일도 없고
바쁠 것도 없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도 아무 일이 없다면 고위험음주율은 높게 된다.
사람은 외롭고 고립감을 느끼고 쓸쓸하면 술을 찾게 된다.
이제 지역사회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찾았으면 그것으로 끝나지 말고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국민의 행복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그들이 해야 될 일을 잘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