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사냥꾼

참 교육 실천하기

by 이정욱 교수

꽤 오래전 이야기다.


홈페이지가 하나 필요해서 만들어 줄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 글을 올렸다.

특정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홈페이지인지라, 전문 용어와 내부 시스템이 복잡해

담당자가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해도 작업자가 어느 정도 진행을 해줄 수 있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구인 조건에 4년제 대학 관련 학과 졸업 필수를 적어 올렸다.


4년제 대학 관련 학과 졸업 필



곧바로 수많은 이력서가 쏟아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게시된 구인 글은 일주일 후 마감이었지만 일주일까지 기다리다가는 지원자 이력서를

모두 다 읽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이틀 만에 공고를 내리고 지원자 중에서 적합한

대학의 관련 전공자를 선별하며 무엇보다 빨리 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사람을 골랐다.

일반적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용 예산도 좀 더 확보했다.

OO이라는 사람을 선택하고 통화 후 사무실에서 킥-오프(Kick-Off) 미팅을 하게 됐다.


이름이 한 글자라서 오래전에 만났던 사람이지만 지금도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역시, 이상한 느낌은 틀린 적이 없다.



마주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OO이 제출한 이력서를 보며 '일'과 관련된 질문을 했다.

'일'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경력이 대단하시다.'며 '회사생활은 어떠셨냐'라고 물었을 때

OO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당히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어떤 회사에 들어갔었는데 본인이 늦게 들어왔다고 텃세가 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시골로 귀농, 귀어하신 분들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텃세다.)

텃세가 심한 회사에서 버티기 위해 대표의 딸을 유혹(?)했고 딸에게 동료 직원들의

단점을 이야기해서 이간질을 시키고 편견을 갖게 만들어 한 명씩 한 명씩 내보냈고 결국

자기가 그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권자가 됐었다는 것이다(이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내게 말했다.).


무척이나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우리가 계약해서 진행하는 '일'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문제는 그 이후에 터졌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OO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한 두 번이면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일의 진행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그런 상황은 계속 반복되었고,

일정은 흘러가고 난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서랍에 넣어놨던 OO이 제출했던 이력서,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를 다시 꺼내 더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서울 OO구에 있는 OO대를 졸업했다고 했다.


학교로 전화를 했다.


우리: '여보세요. 여기는 OOOO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쪽에 지원한 OO 씨의 졸업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학교: '잠깐만 기다리세요'

학교: '졸업연도와 성함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우리: 'OO입니다. 외 글자입니다.'

학교: '그런 분은 안 계시는데요?'

우리: (당황하며) 졸업연도가 OOOO인데요. 그래도 없나요?

학교: '네, 성함이 외 자로 되신 분 자체가 없어요'

우리: '네, 잘 알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이쿠야. 당했다!


하루 내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결론을 내렸다.


참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음 날 오전 일찍

OO 주소지의 경찰서로 관련 자료를 모두 가지고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장의 주요 내용은

1) 금전을 편취하기 위해 OO은 허위 문서를 제출하고

2) 허위 문서를 행사하였으며

3) 이로 인해 업무 방해를 하여서

4) 유, 무형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기에

5) 따라서, 형사 고발을 진행한다 였다.


며칠 후 담당 형사가 배정됐고, 나는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관련된 상황을 진술하였다.

그동안 OO에게는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형사가 OO에게 연락을 했나 보다.

OO에게서 문자가 왔다. '본의가 아니었단다. 사과한다고 했다.'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인생은 실전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경찰에서 OO와 대면 조사를 한다고 출석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

OO은 작은 아버지라는 사람이 보호자로 같이 왔다.

그 사람은 나를 보며 '어린애가 먹고살려다 보니 그랬다'며 선처를 구했다.

난 우리 측이 입은 시간적, 금전적 손실 그리고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 말했다.

기억을 되돌려 OO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텃세 있는 회사에서 했던 행동에 대해

나와 관련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가슴속으로는 분노하고 있었다.


OO은 설마 학교에 확인까지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우리를 너무 쉽게 봤고 근거 없이 자신을 너무 믿었던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이 일을 맡게 된 직접적 원인에 학력이나 전공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무고함을 주장했다.


조사관 형사가 내게 물었다.

'만약, 지원자가 OO대 OO학과를 졸업하지 않았다면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계약을 하지 않았을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지원자가 허위로 서류를 제출하고 행사하여 귀 측에 피해가 발생했나요?'

'네. 그렇습니다.'


모든 조사가 끝나고 며칠 뒤 경찰서로부터 등기가 왔다.

OO을 혐의 있음으로 검찰 송치한다고 했다.


검찰에서 벌금을 받았는지 훈계를 받았는지 그 이후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상황과 내가 한 사람을 참 교육시켰다는 기억은 또렷하다.

지금 OO은 정신을 차리고 바르게 살고 있는지.

아니면 또 어딘가에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 거리는지 모르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다른 분들은 다시 OO 같은 사기꾼에게 당하지 말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하시고 또 하시기 바란다.

실명을 공개하고 싶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어려우니

꼭 알고 싶으시면 공방으로 오셔서 저랑 술 한 잔 하시게 되면 고려해보겠다.


사기꾼은 참 교육을 시키자.



이 일은 당할 땐 힘들었지만 지금은 교훈을 주는 옛이야기가 됐다.


커피막걸리.jpg

향기 좋은 베러 베스트 커피 가루와 OO, OO을 넣어 만든 '스타OO주' 줄여서

'스타주'를 시음하신 분들이 모두가 너무 맛있다고 하신다.

내가 먹을 양만 조금 남았다. 다시 빚어야겠다.

9월 중반 넘어서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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