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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한 수의사 Jan 02. 2022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플란다스의 개, 파트라슈

수의사가 분석하는 파트라슈


출처 : 후지TV




 플란다스의 개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학대받던 파트라슈와 가난한 소년 네로는 화가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싸늘하게 얼어 죽는 이야기죠. 이러한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일본 후지TV가 만든 '플란다스의 개'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파트라슈의 이미지는 바로 여기서 다 만들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파트라슈가 어떤 견종인지는 사실 의견이 매우 다양하여 특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과연 제가 분석한 파트라슈는 어떤 특징이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에서 방영된 '플란다스의 개' , 출처 : 후지TV



파트라슈는 부비에 데 플랑드르일 것이다.



출처 : 후지TV




 원작에 따르면 파트라슈는 주름진 이마와 쫑긋한 귀, 그리고 황색 털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크기는 사람만 하여 우유를 끌고 다닐 정도의 개였다고 하니 사실상 대형견입니다. 이 묘사만 들었을 때 가장 어울리는 종은 세인트버나드 종인데요.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벨기에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벨기에에서 소몰이나 목양견 일을 하던 개인 '부비에 데 플랑드르(bouvier des flandres)'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부비에 데 플랑드르는 벨기에와 프랑스의 국경에서 목장견으로 사육되던 종이며 털이 길고 촘촘하게 나있어 추위에 매우 강하며 체고가 60cm 정도에 무게는 40kg가 나가므로 대형견입니다. 털색은 황색에서 회색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회색의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충성심이 강하고 주인의 말을 잘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활동량이 뛰어나 목장견으로 사육되기 알맞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비에 데 플랑드르 / 출처 : 위키피디아



세인트버나드




 단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파트라슈의 경우 부비에 데 플랑드르와는 매우 거리가 먼 경우인데요. 제작사 측에서 만약 저 이미지의 강아지로 나오게 되면 일본 시청자와 상당히 거리감이 멀어 보여 인위적으로 외형을 시바견이나 아키타 견과 비슷하게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봤을 땐 크기상 아키타견이 조금 더 가까워 보이지만 시바견+아키타견이 믹스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키타견 / 출처 : stay akita







출처 : 후지TV





파트라슈는 인위적으로 귀가 다듬어졌을 것이다.


출처 : 후지TV



 강아지는 여러 이유로 귀가 다듬어지는데요. 먼저 귀가 덮여있을 경우 외이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므로 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다듬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적인 모양이 예쁘지 않아서 다듬어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일을 하는 강아지라면 축 늘어져 있는 귀가 거추장스러울 수 있어 인위적으로 다듬어질 수 있죠. 이처럼 강아지의 귀를 인위적으로 다듬는 것을 'Ear trimming'이라고 합니다.

 위의 부비에 데 플랑드르의 경우 대부분은 귀가 아래로 쳐진 강아지인데요. 하지만 원작 소설에 따르면 귀가 위로 쫑긋 솟아있다고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파트라슈는 지금껏 일을 위해 인위적으로 귀가 다듬어졌을 확률이 높으며 그로 인해 귀가 위로 솟았다고 묘사가 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만약 파트라슈의 귀가 다듬어지지 않았다면 파트라슈의 귀는 아래로 쳐졌을 것입니다.



일을 위해 귀를 다듬어야 했던 파트라슈, 출처 : 후지TV




파트라슈는 힘이 장사다.



출처 : 후지TV


 강아지는 반려의 목적뿐만 아니라 대형견의 경우 썰매를 끌거나 짐을 끄는 일을 하는 역할도 해왔습니다. 또한 소설처럼 강아지는 우유가 담긴 수레를 끌기도 했는데요. 대부분은 이러한 일을 시키기 위해 여러 마리의 개로 일을 시킵니다. 한 마리가 이 일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무게가 무거웠던 것이죠. 그러나 파트라슈는 이러한 일을 혼자서 계속 해왔습니다. 사람이 혼자서 끌어도 무거워 보이는 저 수레를 혼자서 평생 끌어왔던 것이죠. 사람이 혼자서 하기도 힘든 일, 그리고 대형견 셋이 끌어도 버거워 보이는 저 수레를 혼자서 이끌어 왔던 파트라슈는 분명 다른 개보다 훨씬 강한 힘과 체력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지구상에서 파트라슈만큼 일을 잘 하는 개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주인공인 네로가 핍박받고 있던 파트라슈를 구출했다고는 하나 저 무거운 우유 수레를 혼자 끌게 한 것으로 보아 네로도 파트라슈에게 똑같이 가혹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 정도의 무게면 반드시 세 마리 정도는 끌어야 하지만...



출처 : 후지TV


파트라슈는 엄청난 노령의 나이다.



출처 : 후지TV




 작중에서 파트라슈는 15살 정도로 묘사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대형견의 경우 소형견보다 오래 살지 못하는데요. 이에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대형견의 경우 소형견보다 더 빠르게 크므로 신진대사가 더욱 활발하며 에너지 소비가 큰 대신 그만큼 빨리 늙는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입니다. 만약 파트라슈와 같은 대형견이 15살이라면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무려 115살입니다. 이 정도의 노령견이면 질환 하나는 무조건 가지고 있겠다 할 정도로 노령입니다. 그럼에도 파트라슈는 인간에 의해 죽기 전까지 일을 한 안타까운 아이죠.

 그리고 파트라슈는 마지막에 추위로 죽었다고 하는데요. 사실 부비에 데 플랑드르 종은 털이 길고 빽빽하여 추위에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이야기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파트라슈가 젊었었다면 추위를 어렵지 않게 이겨내고 추위에 쓰러져 있는 네로를 끌고 가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수도 있는데요.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네로는 살고 자신의 작품을 뒤늦게 인정받아 유명한 화가가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강아지 나이 / 출처 : daily paws


출처 : 후지TV



마치며


출처 : 후지TV




 지금까지 파트라슈에 대해 분석하였습니다. 파트라슈는 부비에 데 플랑드르라는 견종으로 인위적으로 귀가 다듬어졌을 것이며 힘이 장사지만 엄청난 노령견일 것이라는 게 저의 분석이었습니다. 추위로 죽기 직전까지 일을 해야 했던 파트라슈. 쉬는 것 없이 계속해서 일을 하는 애잔한 모습이 대한민국 수천만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들 열심히 일해서 언젠가는 자유를 누리기를 응원합니다.



출처 : 후지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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