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보는 비버 루피
이번 18화에서는 뽀로로에 나오는 루피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루피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해보겠습니다. 루피는 뽀롱뽀롱 뽀로로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뽀로로의 친구로 소심하고 겁이 많지만 따뜻하고 친절하며 요리를 잘하는 캐릭터로 묘사가 되어있습니다. 이 캐릭터는 2000년대 초반에 탄생하였는데 아이들 사이에서는 워낙 잘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 성인에게는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루피는 단순한 이목구비로 인해 합성이 쉬운 캐릭터인데 그로 인해 어떤 루피 합성사진이 탄생하게 되었고 뒤이어 합성 파생 사진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이제는 청년층에게도 대유행하는 캐릭터로 거듭났습니다. 그래서 대유행하고 있는 캐릭터인 루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루피에 대해서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루피는 비버다.
우선 루피는 비버(beaver)입니다. 어느 댓글에서는 수달이라고 하고 어느 댓글에서는 비버라고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암컷 비버입니다. 수달과 비버는 헷갈릴 만 하지만 사실 엄연히 다른 동물입니다. 수달은 족제비과에 속해있는 동물로 육식동물이며 비버는 설치류에 속하며 쥐에 더 가까운 초식동물입니다. 비록 외형은 비슷하지만 분류와 식습관이 전혀 다른 동물로 부디 헷갈리시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비버인지 수달인지 헷갈리는 동물이 발견되었을 경우 이들을 구별하는데 헷갈린다면 수달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도 야생 비버는 살지 않습니다.
루피가 서식하고 있는 얼음 나라는 사실 루피가 살기에는 좋은 곳은 아니다.
비버는 북아메리카(캐나다, 미국 북부, 알래스카), 동유럽과 시베리아와 몽골에 서식하며 주로 숲이 우거진 습지나 강, 하천에 삽니다. 숲이 우거진 습지에 사는 이유는 비버의 주된 먹이는 나무의 연한 속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습지에 댐을 짓고 집을 만들기 위해선 상당한 양의 나무가 필요하기에 숲에 사는 것을 선호합니다. 비버들의 나무 사랑은 매우 대단하여 사람들이 심어놓은 과수원의 나무를 통째로 가지고 가는 한편 비버들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나무 울타리마저 뽑아가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가져온 나무들을 이용해 댐을 만들어 물의 흐름을 막고 물이 더욱 고이도록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고인 물의 중심부는 수심이 깊어져 외부 천적들이 접근이 어려워집니다. 성 주변에 해자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못 한가운데 집을 짓고 입구를 물 밑으로 내어 맹수가 절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습니다.
그런데 루피가 사는 곳은 주변이 뚫리고 물이 별로 없는 얼음나라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얼음 나라는 나무를 풍족하게 공급하기도 어렵습니다. 배경에 보이는 저 큰 나무들을 모두 쓰러트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집을 만들 나무와 먹이로 먹을 나무를 구하기 힘들기에 루피가 비버로서 살기에는 얼음나라는 전혀 살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루피는 지금 사는 곳에 대해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루피가 좀 더 온화하고 습지가 많은 곳으로 이사를 가서 더 행복하게 살기를 기대해봅니다.
루피는 얼음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식습관도 바꿔버렸다.
비버는 초식동물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나무의 속살을 먹고 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루피는 물고기를 낚시하고도 좋아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차라리 육식인 수달이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어쨌든 나무도 구하기 어려운 얼음 나라에서 적응하기 위해 루피는 육식까지 겸하여 잡식으로 거듭난 모습입니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루피는 이러한 재료들을 모두 먹고 요리하게 되어 세계관 내 요리왕으로 진화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성격이 착하고 순하지만 화나면 매우 아플 것이다.
루피는 매우 착하고 순한 캐릭터입니다. 소심하고 겁이 많지만 겸손하고 따뜻한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루피는 분명 본인의 힘을 숨기고 있을 것입니다. 비버는 이빨 하나로도 나무를 10분 내로 쓰러트릴 수 있는 위력이 있습니다. 설치류에 속하는 비버 특성상 앞니는 평생 자랄 수 있습니다. 도끼만큼 무서운 저 이빨을 평생 온전하게 가질 수 있으며 루피 역시 비버이기에 이빨이 가지는 힘 역시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버의 위험성은 여러 차례 증명되었습니다. 비버가 만든 댐으로 인해 마을을 매몰시켜 사람들을 수재민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버 그 자체로도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 일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벨라루스에서는 비버에게 습격을 당하여 성인 남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비버의 이빨에 의해 대퇴동맥이 끊어져 과다 출혈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몸길이 40cm 내외인 비버는 180cm의 사람을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루피가 만만해 보여도 괴롭힌다면 분명 그 캐릭터는 상당히 아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루피에게는 좋은 향기가 날 것이다.
비버는 분비샘과 항문에서 캐스토리움이라는 성분이 나옵니다. 이 성분은 향수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원료로 사용했을 만큼 은은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캐스토리움은 워낙 소량이어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만들기에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현재는 아이스크림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다만 고가의 향수를 만들 때는 쓴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디 고작 그 향수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밀렵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쨌거나 루피는 다른 캐릭터들에게서는 맡을 수 없는 은은한 향이 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수의사의 관점에서 비버 루피에 대해서 분석해보았습니다. 말은 못 하고 있지만 현재 얼음 나라에서 사는 것이 불만족스러울 것이며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식습관을 바꾼 암컷 비버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비록 소심하고 착하지만 루피에게는 강한 힘이 있으며 그것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것도 유추했습니다. 비버가 비록 사람들에게 가끔 해를 끼치는 동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습지를 만들어 생태계를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이 있다고 합니다. 은은한 향 때문에 탐욕적으로 비버를 밀렵하는 행위는 부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