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삼한 수의사 May 01. 2021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 라이언

수의사가 보는 사자 라이언

출처 : 카카오 프렌즈


 

 이번 16화에서는 카카오 프렌즈에서 매출에 가장  기여를 하는 캐릭터는 라이언에 대해서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라이언은 카카오프렌즈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기에  상무,  전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처음 출시가 되었을  갈기가 없어 누가 봐도 곰으로 보였던 라이언. 사실 갈기가 없는 아픔 있는 사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카카오 프렌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인 라이언에 대해서 분석해보겠습니다.

 둥둥섬의 왕위 계승자로 태어난 수사자 라이언. 무뚝뚝한 표정과는 다르게 배려심이 많고 따뜻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과는 다르게 갈기가 없는 자신의 모습에 정체성의 혼란을 느껴 왕의 자리에 오르기보다는 또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웁니다. 왕궁에서의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느끼던 어느 날. 라이언은 둥둥섬을 탈출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기회를 보던 차에 드디어 둥둥섬 탈출에 성공합니다. 섬을 벗어나 도착한 곳은 책으로만 접하며 동경해왔던 신비의 장소인 바로 Secret Forest! 그곳에서 라이언은 생각지도 못한 친구들을 만나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카카오 프렌즈 스토리 컬러링북에서 발췌-



라이언은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거나 모낭에 있는 남성호르몬 감수성이 저하되었을 것이다.


사자의 갈기, 출처 : The conversation(좌), 카카오프렌즈(우)


 수컷의 갈기는 2차 성징의 상징이자 남성호르몬의 상징입니다. 남성 호르몬이 과하게 나오는 암컷은 갈기가 자란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라이언은 돌연변이 때문인지 다른 가족들에 비해 갈기가 없습니다. 사람의 경우 2차 성징과 관련 있는 음모에 성호르몬인 안드로겐 감수성이 저하되거나 안드로겐 분비가 없을 경우 음모에 털이 나지 않는 무모증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는 치료법도 없고 유전에 의한 것이라 평생 무모증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라이언 역시 남성호르몬이 적게 나오거나 남성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나오더라도 모낭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갈기가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살아가는 데는 불편함은 없지만(오히려 편하겠지만) 뒤에서 설명할 사회적으로는 상당히 문제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둥둥섬의 왕위를 이어갔어도 나라를 잘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서 하이에나를 감당하는 수사자, 출처 : Animal Channel


 앞에서 말씀드렸듯 라이언은 갈기가 없습니다. 수컷 사자에서 갈기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생후 1년쯤부터 갈기가 나기 시작해 4살부터는 제법 수컷다운 갈기를 보여줍니다. 갈기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굉장히 불편한 존재이지만 외적으로 암컷을 유혹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갈기는 남성호르몬이 많이 나오면 더욱 크기가 큰 경향이 있습니다. 남성호르몬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좋고 건강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암사자들은 무의식적으로 갈기를 더욱 크고 멋있게 자란 사자를 더욱 강하고 매력 있는 사자라고 인식합니다.


 그리고 갈기는 본인의 몸집을 크게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수컷 사자는 사냥을 많이 나서지는 않지만 외부의 적으로부터 무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적을 싸우지 않고 쉽게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은 본인이 강하다는 것을 크기로 과시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덩치가 클수록 상대는 더욱 압박감을 가지게 되어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갈기가 클수록 본인의 무리의 안위를 보장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출처 : 카카오 프렌즈

 

 그러나 라이언은 갈기가 없습니다. 사자에게 갈기는 위엄과 카리스마입니다. 갈기는 본인을 더욱 강하게 보여주고 카리스마를 표출하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엄과 카리스마가 없는 라이언은 주변 동물들에게 만만하게 보였을 것이고 그만큼 왕위를 노리는 외부의 적들에게 많이 노출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왕위를 강탈당하게 되어 왕국이 혼란스러워졌을 수도 있고 백성들은 고통받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둥둥섬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라이언이 떠나는 것이 맞았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라이언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라이언은 다른 사자들보다 더운 환경에 더 잘 지낼 수 있고 사냥하기 더욱 편리하여 고기만큼은 잘 얻었을 것이다.


사냥하는 수사자, 출처 : Pinterest


 갈기가 없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단점이 되었지만 사실 갈기는 굉장히 불편한 존재입니다. 갈기는 그 자체로도 털로 되어있어 보온성이 뛰어나 체온을 올립니다. 사자가 살고 있는 아프리카는 매우 더운 곳인데 갈기의 보온성과 겹쳐 체온을 과도하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사람이 여름에 털 목도리를 하는 꼴입니다. 그래서 수컷 사자는 가만히 있어도 체온이 암컷보다 높습니다. 그래서 수사자들은 정말 필요할 때나 무리를 지켜야 할 상황을 제외하고는 계속 그늘에서 쉬어야 하며 너무 불필요하게 많이 움직일 경우 체온이 높아져 열사병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암사자들이 사냥할 때 수사자들은 그늘에서 쉬는 것입니다.


 하지만 라이언은 갈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운 여름에도 충분히 잘 생존할 수 있으며 그늘에서 쉴 필요도 없습니다. 혹시나 사냥을 하게 된다면 암사자들과 같이 꾸준히 사냥을 나설 수 있습니다. 또한 갈기의 존재로 매복이 실패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자들에 비해 매복 역시 유리합니다. 그래서 다른 수사자들에 비해 사냥의 성공 확률이 더욱 높았을 것이며 어쩌면 더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카리스마는 없지만 실속은 챙기는 리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표정 변화가 없는 라이언도 청국장 앞에서는 다이나믹한 표정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표정 변화가 없는 라이언, 출처 : 카카오 프렌즈


 사자에게는 ‘제이콥슨 기관’ 혹은 ‘서골비 기관’이 있습니다. 이는 고양잇과 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구조로 입천장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기관을 통해 공기 중의 냄새 입자를 분석합니다. 이때 후각과 미각만으로 어떠한 감각을 선별하기 충분하지 않을 때 혀로 입천장을 눌러 가느다란 관 속으로 공기를 더 많이 밀어 넣어 냄새를 더욱 깊게 맡습니다. 그리고 혀로 입천장을 누르는 과정에서 윗입술을 들어 올리는데 이때 표정이 마치 웃거나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플레멘 반응이라고 합니다.


고양이가 보여주는 플레멘 반응, 주로 집사의 발냄새를 맡을 경우에 플레멘 반응을 보여준다. / 출처 : Pinterest
청국장 냄새를 맡은 아기사자도 플레멘 반응을 보여준다. 출처 : 스펀지


 이러한 플레멘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선 단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지독한 냄새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만약 고양이가 집사의 독한 발 냄새를 맡는다면 위와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청국장의 경우 상당히 독한 냄새를 풍기는데요. 평소 잘 맡아보지 못하고 독한 청국장을 사자들이 냄새를 맡는다면 이런 플레멘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표정 변화가 없는 라이언이지만 독한 청국장 냄새에는 플레멘 반응에 의해 다이나믹한 표정 변화를 보여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출처 : 카카오 프렌즈


 수의사의 관점에서 라이언을 분석해보았습니다. 비록 남성 호르몬이 부족하여 암컷들에게 인기가 없고 카리스마나 위엄은 없지만 실속은  챙기는 수사자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청국장의 냄새를 맡으면 무표정한 라이언도 재밌는 표정을 보여줄 이라고 예상하였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