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추운 대륙과 따뜻한 바다가 접하고 있고 산지와 분지 지형이 많다. 산지가 많은 지형으로 인해 공기가 갇혀 더울 땐 더욱 덥고 추울 땐 더 추운 특징이 있어 여름엔 40도에 겨울에는 -20도 이하로 떨어져 이 곳에 있으면 적도지방의 더위와 시베리아 지역의 추위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심하면 연교차가 70도에 육박한다. 그리고 심심하면 태풍도 들이닥쳐 피해를 입힌다. 얼핏 들으면 정말 살고 싶지 않은 나라일 것만 같다. 그러나 이 나라, 아니 이 지역에는 무려 5천만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엄청나게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여기는 어디일까? 바로 한반도,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 사막과 같은 특수한 환경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와 다른 지역에 비해 분명 굉장히 갭이 큰 연교차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막에는 생명체가 거의 살 수 없으니 제외하자.) 사실 생명이 살기에는 기온차가 뚜렷하지 않고 온화한 것이 좋다. 특히나 체온 조절을 못하는 변온동물은 기온에 굉장히 민감하므로 기온의 변화가 크지 않아야 생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며, 기온이 일정하면 겨울잠과 같은 리스크 있는 선택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기온으로만 치면 한반도는 생명체가 살기에는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이 땅은 5천만(저 북녘의 인구를 합치면 거의 8천만)의 인구와 한반도 중간쯤에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동식물까지 품고 있다. 이 땅의 생명체들은 40도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영하 30도의 저온건조한 기후를 동시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 땅의 아주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잘 적응하면서 살 만 큼 이 땅에서 사는 생명체는 생명력이 아주 강하다는 뜻으로도 그리고 약한 생명체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된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경우 수많은 외침을 당했을 때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태어난 한민족은 외세를 몰아내기 위해 민초들이 스스로 들고일어난 나라다. 또한 중국만큼 인구가 많지는 않음에도 여러 나라에서 심심찮게 적응하고 다른 나라의 지역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을 보면 변덕스러운 땅에 적응하면서 생긴 강력한 생명력 DNA가 나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사람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겉보기에는 귀여운 동물이지만 사실 한국의 동물들은 사람보다 더 무서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연히 해외로 진출하게 된 K-동물들은 무서운 생명력을 바탕으로 그 나라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귀엽지만 끈질기다, 한국 다람쥐
출처 : Pixabay
먼저, 유럽을 접수한 우리나라 고유의 종인 한국 다람쥐다. 다람쥐의 경우 일반적으로 동아시아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한반도에 서식하는 다람쥐의 경우 한반도 고유의 종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거나 한반도산 다람쥐는 특유의 귀여움으로 유럽으로 강제 수출되었는데, 문제는 키우기 어렵다고 숲이나 공원에 버린 것부터 시작이었다.
수 십만 마리의 다람쥐가 유럽으로 수출되었는데 그중 극히 일부가 야생으로 풀려나왔고, 지금은 프랑스 벨기에 독일 프랑스 등의 숲에서 수 십만 마리가 자생하고 있다. 실제로 벨기에의 경우 10여 마리를 방생했는데 거의 2만 마리나 불어났다고 전해진다. 한국 다람쥐의 어마어마한 생명력 덕에 빠르게 그 나라에 뿌리를 내렸고 결국 한국 다람쥐는 유럽의 100대 침입종에 등극(?)하게 되었다. 생태계를 파괴할 정도는 아니지만 라임병을 일으키는 진드기를 보유하는 주된 동물이 바로 한국 다람쥐로 유럽에서는 생각보다 골칫거리라고 한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흔할 수도 있는 한국 족제비
그다음으로는 일본으로 간 한국 족제비다. 한국 족제비는 시베리아 족제비로 평균 신장은 35cm 정도이다. 한국 족제비는 특유의 강한 생명력(포악함, 일본 토종 족제비보다 더 큰 크기, 생명력)을 바탕으로 일본을 접수했다. 사실 한국 족제비는 모피로 많이 쓰였고 붓으로도 사용했다고 할 정도로 털의 품질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그 수요를 바탕으로 한국 족제비를 데려가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일부가 탈출을 감행하게 되었고 그 일부의 후손들이 빠르게 번식하면서 일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시베리안 족제비(한국 족제비)가 겉보기에는 귀여워 보이지만 족제비 중에서도 사실 생명력이 끈질기고 포악한 편에 속한다.
민물 생태계 교란의 왕, 가물치
마지막으로는 민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가물치다. 크기는 50cm 정도이지만 1m 가까이 되는 개체도 심심찮게 발견되는데 사실 크기보다 생명력이 압도적이다. 다른 민물고기들은 가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아가미 외에도 다른 호흡기관이 있어 물 밖에서 4일 동안 살 수 있고, 산소가 부족하고 악취가 나는 곳에서도 살 수 있으며 수온이 0도~30도에서도 생존 가능하다.(사실 이 정도면 전 세계 민물 어디든 생존 가능하다.) 또한 엄청난 식성과 공격성을 바탕으로 상위 포식자에 군림하고 있다.
가물치는 우연히 동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는데 분명 식용으로 데려갔다가 방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잠깐의 행동은 결국 미국 전역에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나 미국은 더 풍부한 종류의 먹이들이 있어 가물치에게는 황금의 땅 엘도라도나 다름없었다. 결국 가물치는 한국에서 자라는 것보다 2~3배는 크게 자라면서까지 배부르게 커가면서 미국에 자리 잡았다.
강한 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한반도
쏘가리와 한국 무당개구리
위 세 가지 말고도 쏘가리, 무당개구리 등도 해외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불렸던 황소개구리는 토종 동물의 반격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대신 역으로 베스와 블루길이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우도 있는데 토종 가물치를 이용해서 개체 수를 조절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라고 하며 생각보다 먹혀드는 모양이다.
생명체가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었을 환경, 변화에 약한 자는 살아남지 못했을 한반도(넓게는 동북아시아).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환경은 강력한 생명력을 가진 동물들만 살아남도록 하였고, 한반도에서 살아남고 진화했던 강력한 토종 동물들은 해외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의 동물은 종자가 강하다는 뜻일까?) 토종의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하면서도 이를 초래한 인간의 욕심에는 한 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헬조선 한반도, 맞다 살기 힘들다. 조상님께서 자리를 잘못 잡으셨나 원망이 들 정도로 땅덩어리는 좁은데 그마저 거의 산지고 평야도 부족하다. 때문에 거의 세계 최고급의 인구밀도 속에서, 세계 최고로 치열한 곳에서 필자를 포함한 여러분은 열심히 이 땅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다람쥐, 족제비, 가물치가 말해주듯, 이렇게살기힘든땅에서살아왔던사람은사실세계어느사람보다도더강한사람일수도있다. 끝까지포기하지않고살아간다면이강인한생명에게번창할수있는큰기회가주어지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