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만큼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이미지들에 액자를 씌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지는 내 사회성이 뛰어나지 못해 확인은 못해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다.
예
예를 들어 눈 앞에 간판이 있다고 치면 그 부분을 어떻게 잘라내면, 어떻게 크롭하면 내가 원하는 사진이 나올지를 그려본다는 이야기다.
신기하게도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게 끽해야 문자메시지, 전화, 미니게임천국이 전부였을 때만 해도 나는 항상 이미지를 가로로 크롭하고는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이미지를 세로로 크롭하는 버릇이 생겼다.
찍은 사진들을 보면, 물론 여전히 가로사진의 비율이 높긴 하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서 세로사진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사진기를 세로로 돌리면서도, 왜 세로로 보는 게 익숙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찍을 정도다.
당연히 가로가 적합한 이미지가 있고, 세로가 적합한 이미지가 있다는 건 잘 안다. 그러나 내가 보는 것들은 많이 변하지 않았는데 세로가 익숙해진다는 것은, 스마트폰의 영향이 크리라 예상한다. 인간의 시야각은 좌우로 넓고 위아래로는 작은 형태이기 때문에 가로 사진과 영상이 지배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이제 우린 세로로 된 사진과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하는 것이 너무 익숙해졌다.
나는 버릇처럼 내 눈 그대로 봤을 때가 아름다울 땐 가로사진을, 특정 부위가 아름다울 땐 세로사진을 찍는 것 같다. 이런 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보면 인간이 이미지를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더 짙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