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드라마를 만들다

한때 정말 되고 싶었던 PD라는 꿈을 확고히 해준 성공

 작가라는 꿈을 꾸기 전, 고등학교 때 나는 방송국에서 드라마 PD로 일하고 싶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드라마를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저녁 먹기 전에 핸드폰에 넣어온 드라마를 짬짬이 보기도 했고 야자 시간에 선생님 몰래 드라마를 보기도 했을 만큼 드라마를 좋아했다. 그렇게 막연하게 드라마 PD를 꿈꾸게 되었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나에게 내 꿈을 확고하게 할 기회가 찾아왔다. 학교에서 열린 UCC 대회. 처음으로 움직이는 영상을 편집해서 영상을 만들게 된 대회였다. 친구들이 연기도 하고 대사도 말하는 짧은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영상을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편집해본 것은 아니다. 그 전에도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UCC 같은 짧은 영상을 만들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의 영상들은 움직이는 동영상들을 편집해 붙인 것이 아니라 사진들만 이어 붙여 만든 영상들이었다. 그냥 멈춰있는 사진 몇 장들과 배경음악만 삽입했던 것이다. 내가 만든 것들이긴 했지만 좀 조잡했다. 동영상을 편집해서 좀 더 퀄리티가 있는 영상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었다. 친구들과 나는 사진이 아닌 동영상을 찍어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짧더라도 동적이고 심심하지 않은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대회 주제는 ‘인권’이었다. 좀 광범위한 주제였다. 우리는 고등학교 눈높이에도 맞고, 영상을 직접 찍을 수 있는 주제를 찾아야 했다.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의견을 주고받은 결과 우리는 알맞은 주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며 학교라는 장소에서 일어나고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는 일. 가해자는 가볍게 생각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심각한 인권 유린. ‘학교폭력’이었다.

 우리는 ‘학교 폭력은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인권 침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2명의 학생들이 몸이 조금 불편한 친구를 괴롭히다가 다른 친구가 이를 막고 우리가 정한 주제를 친구들에게 말로 설명해주는 내용이었다. 아주 짧기는 하지만 등장인물과 연기, 대사가 모두 있는 공익 광고 같은 짧은 드라마였다. 연출과 편집을 맡은 나는 나의 첫 드라마를 위해 연기를 하는 친구들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했다. 친구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동선이나 표정 연기, 감정까지 세세하게 요구했던 것 같다. 친구들도 필요한 소품을 직접 가져오기도 하고 다른 친구에게 카메오를 부탁하기도 했으며 영상에 필요한 소리도 녹음을 해 가져오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연출과 친구들의 연기로 나의 첫 드라마가 탄생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으로 동영상을 가지고 편집했던 거라 퀄리티가 아주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의 연기, 대사가 영상 속에 있었기 때문에 전에 만들었던 영상들보다는 훨씬 나은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촬영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직접 해보니 정말 PD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D가 되면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촬영을 하고 찍은 동영상들을 편집했다. 처음으로 드라마를 연출하고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나에겐 큰 즐거움을 주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처음으로 움직이는 동영상들을 편집해 영상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퀄리티가 아주 높았던 것도 아니었고, 어떠한 상도, 누군가의 어떠한 칭찬도 없었던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PD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해준 성공이었다.

 지금은 드라마 PD라는 꿈을 잠시 접었지만 내가 만든 나의 첫 드라마는 그 때의 내가 꿈을 확고히 할 수 있게 해준 조그만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