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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신 Feb 28. 2021

11년이 걸렸던 1등

공부로 최고의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 성공

 2015년 4월 9일.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후, 2번째 모의고사를 친 날이었다. 아마 내 고등학교 시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일 것이다. 국어, 수학, 영어만 놓고 봤을 때, 이 시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 친 시험이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초등학교 입학 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전교 1등’이라는 것을 해본 시험이기도 했다.

 3월에 친 모의고사에서 내가 원한 성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시험에 임했던 것 같다. 목표로 정했던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성적을 계속 올려야 했던 상황이라 3월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싶었다. 사회 과목은 천천히 준비하고 제일 중요하고 제일 급했던 국어, 수학, 영어를 정말 열심히 쳐보자는 생각으로 시험을 치기로 했다. 그렇게 시험을 시작했다.


 첫 번째 국어 시간. 나는 문과였지만 국어는 항상 잘 치지 못했다. 특히, 비문학은 정말 나와 맞지 않았다. 작문, 화법, 문법은 잘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문학도 고득점을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 친 편이었다. 그런데 비문학은 너무 길기도 했고 너무 딱딱한 글이기도 했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그런 글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좀 달랐다. 평소와 같이 작문과 화법, 문법을 빠르게 풀고 어려운 비문학보다 문학을 먼저 풀었다. 그리고 비문학을 풀기 시작했다. 모든 모의고사, 수능의 비문학 지문이 그렇듯 생소한 주제의 어려운 글이었다. 4개의 지문이었다. 플라톤과 관련된 인문 지문, 정부의 예산 정책과 관련된 사회 지문, 어는점 내림 현상과 관련된 과학 지문, 그리고 화가 푸생과 관련된 예술 지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충 봐도 어려운 주제였다. 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문제를 한 번 쭉 훑어보고 지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느껴졌다.


 ‘어? 해볼 만하겠는데?’


 주제만 어려웠을 뿐이지 글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지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인터넷강의에서 들은 대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갔다. 결과는 몰랐지만 꽤 만족스럽게 첫 번째 시험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수학 시간. 국어, 수학, 영어 중에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그래도 고등학교 3학년 내용을 배우고는 처음 치는 시험이었기 때문에 긴장을 하고 시험지를 펼쳤다. 하지만 문제집에서 풀어 봤던 문제들이 많았다. 다행히 긴장이 조금씩 풀렸고 제일 어려웠던 마지막 문제를 제외하고는 잘 풀어냈다. 자신감이 있었기에 헷갈리지 않고 문제에 맞는 공식을 알맞게 잘 찾아낸 것 같았다. 마지막 문제는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홀가분한 마음으로 수학 시험을 마무리했다.


 세 번째 영어 시간. 모의고사 영어 시험 중 가장 먼저 나오는 문제는 영어 듣기 문제이다. 중학교 때부터 영어 듣기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영어 듣기는 큰 어려움 없이 넘어갔다. 그 뒤 해석을 하는 지문들이 문제였다. 영단어에 약했던 나는 국어나 수학 시험 때보다는 더 긴장을 했던 것 같다. 국어보다는 영어가 해석을 좀 더 요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아무래도 제일 힘든 시험이었다. 그래도 국어와 수학 시험 때 얻은 자신감으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은 문제는 최대한 빠르게 풀려고 노력했고 어려운 지문에 나오는 모르는 단어는 앞뒤 단어를 조합해 어느 정도 유추를 해서 지문을 해석했다. 아직도 생각나는 것은 영어 시험에서는 찍은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다. 아는 문제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풀었고 애매한 문제에서는 내가 아는 모든 정보를 활용해서 하나하나 신중하게 답을 체크했다.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나았다는 생각에 나의 자신감을 믿고 영어 답안지를 제출했다.


 그 후 사회 과목 시험까지 끝내고 모든 시험이 다 끝난 후, 나는 친구들과 바로 가채점을 했다. 그래도 쉬운 시험은 아니었던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국어, 수학, 영어의 총합 점수가 3월보다 28점이나 올랐다. 그리고 몇 주 뒤 나온 성적표에서 백분위가 5.6%나 오른 나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랑일 수도 있겠지만 국어, 수학, 영어만 봤을 때는 전국에서 2.6%안에 들어가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문과인 학생들 중에서는 가장 잘 친 성적이었다. 즉, 전교 1등이었던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그렇게 큰 성취감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통틀어서 처음으로 해본 전교 1등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11년만에 이뤄낸 첫 전교 1등이었다. 예전부터 반에서는 공부를 좀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전교 1등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정말 큰 성취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 이후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수능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둬 좋은 대학교를 가겠다는 생각을 더 확고히 했으며 성적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그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학교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 때 친 모의고사가 나에게는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생애 첫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은 공부를 하면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으며 더 나은 성적을 위한 원동력을 얻게 해준 조그만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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