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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신 Feb 28. 2021

등 뒤에서 들렸던 친구들의 환호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던 성공

 많은 사람들 또는 학생들 앞에서 누군가에게 상을 받는 상상, 누구나 한 번쯤을 해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학창 시절 내내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교장 선생님이 계시는 단상으로 올라가 상을 받고 학생들의 큰 박수를 받는 조그만 꿈을 꾸기도 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꿈이었다. 그렇게 그 꿈을 잊고 살던 찰나, 고등학교 졸업식 며칠 전, 선생님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이 있었다.


 “정섭이는 졸업식 날에 제일 앞자리에 앉도록 해. 앞에서 상 받아야 하니까.”


 사실 초등학교 때 그런 기회가 있긴 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교부회장이었던 나는 초등학교 졸업식 때 전교생 앞에서 교장선생님과 학교 운영위원장님께 상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졸업식 당일에 비가 왔고, 따로 강당이 없었던 학교였던 터라 어쩔 수 없이 교내 방송으로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물론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을 받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박수소리는 들리지도 않았고 교실 TV 속에는 나의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 때부터였다. 전교생 앞에서 제대로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 그런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도 많았고, 나와는 달리 학교 밖에서 상을 받아오는 친구들도 많았다. 당연히 단상에서 상을 받는 것은 그 친구들의 몫이었다. 물론 상을 받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교실 안에서 담임선생님께 받는 상이었다. 전교생 앞에서 상을 받아야겠다는 나의 열정은 점점 식어갔고 결국 고등학교 입학 이후 공부에만 전념했던 나는 그 꿈을 점점 잊게 되었다.


 기회는 언젠가 또 찾아온다 했던가. 공부에만 전념했던 것이 나에게는 전교생 앞에서 상을 받게 해주었다. 고등학교 때 나는 학교 안에서는 공부를 곧잘 했기 때문에 항상 최상위권이었다. 그리고 나의 그런 성적들은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식 때 상장이 되어 나에게 왔다. 학교에서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 몇 명을 뽑아 상을 주었는데 그 중 한 명으로 내가 뽑힌 것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졸업식이 있기 며칠 전에 알게 되었다. 정말 생각도 못한 성공이었다. 잊고 있었던 나의 조그만 꿈을 이루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졸업식. 나는 앞에서 상을 받는다는 생각에 좀처럼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앞에서 누가 이야기를 하는지, 누가 상을 받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정신이 없던 순간, 사회자가 나와 같이 상을 받는 친구의 이름이 불렀고 그 뒤로 나의 이름이 불렀다. 나는 아주 긴장한 상태로 단상으로 올라갔다. 내가 받을 상은 학부모회장님이 주는 표창장이었다. 사회자가 상장에 적혀있던 글자들을 모두 읽고 나는 회장님으로부터 상을 건네받았다. 당연히 나의 등 뒤에서 박수소리가 났다. 그런데 어느 한 쪽에서 박수소리 뿐만 아니라 큰 환호소리도 들렸다. 나와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의 큰 환호였다. 정말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심장은 쿵쾅쿵쾅 빠르게 뛰었다. 살면서 온몸에 그런 전율을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마치 영화,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전교생 앞에서 환호와 박수와 함께 상을 받는 것을 성공했다.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상을 받았던 것은 내가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 조그만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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