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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신 Jan 27. 2021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다

나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성공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식, 여느 방학과 마찬가지로 방학 숙제가 주어졌다. 여러 방학 숙제는 몇 개를 선택하여 하는 형식이었는데 많은 선택지 중 나의 눈길을 끄는 숙제가 있었다.


 ‘단편 소설 한 편 써보기’


 중학교 때의 나는 단편 소설, 장편 소설 할 것 없이 소설에 푹 빠져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만화책을 읽을 때 소설책을 읽었던 나는 소설을 쓰는 숙제를 선택하였다. 소설을 좋아했던 것이 이 숙제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이유가 더 컸던 것 같다. 소설은 소설가만 쓴다는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은 숙제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문학 작품을 배울 때마다 소설 속에 숨겨진 의미, 해석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소설을 쓰기 어렵고 아무나 소설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이 숙제는 생각을 바꾸게 해주는 숙제이면서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서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었기에 소설 쓰기라는 것 자체가 나에겐 낯선 것이었다. 소설에 어떤 의미를 담을 것인지, 어떻게 스토리를 정리할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소설 쓰기’, ‘단편 소설 써보기’ 같은 검색을 해보기도 했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보다는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의 두루뭉술한 이야기밖에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선생님께 문자를 보내 도움을 청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소설을 쓸 수 있을까요?’


 물론 이 질문도 막연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저 질문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몇 분 후 선생님의 답장이 왔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가벼운 주제로 짧게 써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괜찮아. 소설은 딱딱한 것이 아니니까 정말 사소한 이야기를 써도 소설이 될 수 있단다. 너무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한 번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다.’


 선생님의 답장은 길지 않았지만 좋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가벼운 주제, 사소한 이야기, 그리고 일단 한 번 써보는 것. 이 세 가지를 본 후 나의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소설은 어떤 의미를 담아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모든 스토리를 다 정확하게 정리한 후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내가 쓸 소설의 주제를 정할 수 있었다.


 정말 가볍고 사소한 내용의 이야기였다. 어떤 아이가 다리 밑에서 버려진 강아지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가고 아이와 강아지는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갑자기 강아지가 아프게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고 한참을 슬퍼하던 아이는 똑같은 다리 밑에서 똑 닮은 강아지가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 아무런 의미 없이 정말 사소하지만 동심이 가득한 내용의 소설이었다.


 그렇게 나는 소설을 쓰는 것을 성공하였다. 길지도 않았고 정말 유치원 수준의 주제였지만, 그리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첫 성공이었지만 읽기만 했던 소설을 직접 완성시켰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는 기분이 정말 좋았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숙제를 제출하고 돌려받지 못해 나에게는 없는 소설이지만 처음으로 쓴 이 소설은 내 머릿속에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나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처음으로 소설을 쓰는 것을 성공했다는 뿌듯함이 그 이유이지 않을까.


 나의 첫 소설은 나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조그만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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