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신 Jan 31. 2021

커피향이 가득한 나의 첫 자격증

나도 모르게 꿈을 찾게 해준 성공

 내 인생에서 가장 슬럼프가 왔던 때, 가장 암흑기였던 때는 군대를 전역하고 휴학을 하고 있을 때였다. 휴학을 하기 전에는 미뤄두었던 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도 벌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아르바이트는 구해지지 않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 공부를 하기보다는 늦게 일어나 밤늦게까지 게임만 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런 내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점점 나태해졌고 방황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권유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여러 카페 아르바이트를 지원했지만 번번이 붙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격증이 없어서 못 붙은 것은 아니었겠지만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학원에 등록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굳이 이렇게까지 자격증을 따야하나 싶었다.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 자격증을 꼭 돈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도 이왕 학원을 등록한 김에 열심히 배워서 한 번에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 결심이 나의 미래를 바꾸고 나의 꿈을 찾게 한 결심이었다는 것을.


 모든 과정이 그렇듯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처음 보는 단어들. 처음 보는 기계들. 죄다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문과지만 기계를 만지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점점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기만 했지 직접 만들어서 마신다는 생각을 전에는 전혀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재밌었다.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이었지만 그 시간이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었다. 선생님께 칭찬도 받고 지적도 받으면서 나의 문제점을 고쳐나갔고 첫 수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실력이 나아졌다. 선생님께서도 이대로만 하면 시험은 무난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그렇게 종강을 한 후, 시험날이 되었다. 이제껏 많은 시험을 쳐보았지만 실기 시험을 통해서 누군가의 앞에서 어떤 시연을 하는 시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정말 긴장을 많이 했었다. 긴장을 많이 한 나머지, 누구나 그렇듯, 내가 할 수 있는 실수를 떠올리기도 했고 시험장의 분위기에 압도되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긴장을 해서 실수도 조금 하고 시간도 빠듯하게 들어오기도 했지만 결국은 합격을 했다. 내 인생 첫 자격증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만 나의 꿈을 위한 첫 발걸음이었다.


 비록 어머니의 등쌀에 떠밀려 딴 바리스타 자격증이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이었고 흥미였다. 물론 크게 어려운 시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능력을 찾을 수 있었던 공부였고 시험이었다. 그리고 내 커피 공부의 첫 시작이었다.


 처음으로 딴 바리스타 자격증은 나도 모르게 내 꿈에 한 발짝 나아가게 해준 조그만 성공이었다.

이전 06화 처음 성적표에 적힌 단어, A+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