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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입니다 Jun 13. 2021

나를 더 자유롭게 해준 3일 위빠사나 봉사

위빠사나 3일 코스 봉사활동을 해내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첫 단계는
그것을 실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고통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봉사하면서 제 에고가 많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괜히 몇 사람들을 보고 있을 때면 들려오던 어떤 에고들, 그런 에고들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죠.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지? 이상하네'라고 외치는 나의 마음들.

허나 문제는 다 내 마음에 있던 거였죠.

세상에 어떤 사람도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내가 만들어낸 내면의 집착일 뿐.

그 집착의 틀에 맞춰 상대를 끼워 맞춰 보고, 거기에 맞지 않으면 불편해하기 시작하는 내 마음.


그 마음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면, 내 마음의 불편이 어디서 오나 추적해 들어가기 시작하면, 내가 쌓아온 프레임에 맞지 않으면 불편하게 여기는 내 에고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에고를 마주하고 있다 보면, 결국 내가 바뀌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게 됐습니다.


봉사를 하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특히 주방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 믿는 서로 간의 에고가 만나 나름대로의 일거리들을 만들어냅니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또 내 에고를 마주하면서 세상을 살아오며 내가 단단히 굳혀온 모난 모습들을 다 마주할 수 있었어요.

물론 앞으로도 정말 많은 에고를 만나야겠습니다만.

적어도, '아 이런 식으로 에고를 녹이면 되는구나, 이런 식으로 명상에 더 집중하면 되는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만나는 불편과 괴로움, 내 아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깨달을 수 있는 아주 소중한 3일이었습니다.


결국 변해야 하는 건 내 마음이고, 내 아집이었더라고요.



평소에는 만날 수 없던, 묻혀만 있던, 나의 리액션들에 갇혀 저 뒤에 숨어있던 뿌리 깊은 무의식적 에고들.

그런 에고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봉사활동 같습니다.


봉사활동 간에는 하루 3시간 동안의 명상을 반드시 해야 하기에 자연스레 제 내면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 부족한 마음들을 하나하나 곰곰이 뜯어볼 수 있었지요.


주방에서는 주로 접시를 닦는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힘이 들었지만, 나로 인해 다른 분들이 요리에 집중하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봉사를 해내실 수 있겠지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역할의 가장 첫 번째는 여자 봉사자분들이 많은 이 곳에서 힘이 많이 드는 일을 가장 첫 번째로 하자는 거였습니다.


그 덕분인지 다른 봉사자분들의 표정이 제법 밝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진님은 어디 가든 이쁨 받을 거예요'라는 말씀도 듣고, '손이 빠르시다'니 하는 말씀도 듣고.


가장 중요한 건 다른 분들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일을 해내면서도 굳은 표정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웃으면서도 궂은일을 해낼 수 있는 힘.

이게 명상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 때는 무조건 들어가서 쉬어줘야 하지만 말이죠 :)


명상이 진짜 좋구나


그리고 명상을 하는 날과 조금 부족했던 날의 제 집중도, 주방에서 일을 처리해내는 집중도 자체도 너무나 달라진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명상이 제대로 없이 시작된 아침 식사 주방 봉사시간에는 어딘가 마음 안에 불순물도 남아있는 듯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이 들었었죠.

주방 기구 하나하나 소리 없이 부드럽게 내려놓을 수 있던 손목 스냅 하나하나도 조금 서툴고 퉁탕거리며 그릇을 내려놓는 듯 투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명상을 한 시간 해놓은 주방은, 제 자신도 돌아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많이 얻어내는 데다가 주방에서 해내는-뻗어내는 제 손길 하나하나가 날렵해지고 사뿐거렸습니다.

무엇을 해내야 할지 보다 선명하게 알아낼 수도 있었고요 :)


사야지 우바킨님(고앵카지의 스승)도 미얀마 정부 자신이 속한 한 개의 부서의 회계일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개 부서의 모든 회계일을 다 처리해낼 수 있었다는 것처럼, 명상을 해내면 해낼수록 두뇌 퍼포먼스가 놀랍도록 훌륭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상에 자신감이 들었다랄까요?


정서적으로도 마음의 어려움을 다룰 수 있게 되고, 신체적으로도 더 날렵하고 또렷하며 사뿐거리듯-마치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듯-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일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니 참 감사합니다.


명상이 왜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지 이 6일간의 봉사(3일 동안의 코스 간 봉사와 3일 구수련생 코스)로 깨달은 듯합니다.



그래서 10일 신참 수련생을 대상으로 한 코스에도 자원봉사를 해볼까 합니다.


새로운 분들에게 이 정서적 자유를 안겨드릴 수 있는 선물을 나눠드리고도 싶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도 조금 더 힘들다는 10일 코스 봉사에 도전하며 겪게 될 어려움과 아픔 동안 얼마나 더 성장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고요 :)


고통이 참 좋은 스승이 아닌가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자라는 것 같습니다.

단단한 마음.


참 감사합니다.


모든 이들도 이같이 평화로워지기를

행복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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