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성 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입니다 Jul 11. 2021

억압하는 말투, 표정에 불편해하던 나의 마음을 깎아내며

담마 코리아 10일 위빠사나 명상 코스 키친 매니저 봉사를 끝내며

억압적인 말투에 쉽게 반응하던 마음의 습관을 바꿔나갈 수 있었던 시간


수련생으로 참여하신 분의 차를 얻어타고, 진안 고원에 들어서며


쉽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할 일이 끊이지 않고 있었던 시간들.

함께하는 봉사자 분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 수 있도록 마음의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 내며 몸을 가만 놔둘 수 없었던 시간들.

하지만 그 수많은 봉사의 시간 속에서,

제 자신이 갖고 있던 상카라(자동적으로 학습되어온 마음의 반응들)가 많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조금의 불친절한 말투에도 마음의 평정을 쉽게 잃던 제 자신을 조금은 더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바꿔나갈 수 있었습니다.


위빠사나는 상대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명상 수행법

10일 코스 시작 전 코로나 체온 체크

강압적이고, 명령 어조의 말투로 계속해서 말을 해대는 사람을 만날 때

제 자신은 너무도 쉽게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일도 많았죠.

위빠사나를 모르기 전이었다면, 이 모든 것들을 다 제 탓이 아닌 그 사람 탓으로 바꿔서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위빠사나에서는 이 모든 게 내 마음이 상대의 행동에 반응한 내 탓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무슨 행동을 상대가 하든지 간에, 내가 그 사람의 행동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들과의 만남이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


상대가 굳은 표정을 하든지 말든지 간에, A라는 사람이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B라는 사람은 굳은 표정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불편해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이 '굳은 표정'이라는 자극은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으로 바뀝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B라는 사람은 굳은 표정에 이런저런 마음이 들거나 신경이 쓰이는 '상카라'를 갖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위빠사나를 통해, 알아차린다면.

'아 내 마음에 어떤 불편함이 드네? 저 사람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고 괜히 불편하고 짜증 나고 몸이 움츠려 드는구나', '아 싫다. 아 힘들다'. '아 내가 한 사람의 표정에서 싫다 힘들다는 마음의 반응을 일으켰네?'

라며 알아차기 시작한다면, 내 마음에 드는 이 불편함 들을 점점 줄어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알아차리고 알아차린다면 그 어려움들이 점점 사라져 나간다는 것이죠.

참 신기한 일입니다.


덕분에 제 마음 안에 있던 그 상카라들.

상대가 억압적인 말투나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거 해! 저거 해!'라고 명령하는 말투로 짓누른다는 느낌을 주던 모든 의사소통 상황들에서 혼란스러워하고 괴로워하던 저의 마음의 습관들을 고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마음과, 다른 사람이 어떠한 말투로 내게 다가오던 아무렇지 않게 임무들을 수행해낼 수 있는 마음자세.

누가 무슨 말투를 쓰던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해낼 일을 해낼 수 있는 마음가짐.

평정심을 가질 수 있는 힘.

이 모든 힘이 바로 위빠사나를 통해 기를 수 있었습니다.


좋은 것들만 남은 봉사 경험


물론, 그 힘든 시간을 지내는 동안에는 마음이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다 무너지고 벌겋게 달아오른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위빠사나 명상법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알아차릴 줄 아는 인식의 힘으로 삶에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랄까요.


지난번 코스 매니저를 할 때는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10일간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매일의 웃음이 늘 풍요롭게 제 마음과 표정 안에 머물러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의 코스로 키친 매니저로 있는 동안 정말 하루하루가 괴로웠습니다마는.

다 끝난 지금에 와서는, 내 상카라를 떠오르게 만들었던 분에게 편지를 전달해드리고, 서로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키친보다 퍼머컬처에 더 집중봉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키친에서 봉사하는 것보다, 정원 디자인 일에 집중해내는 게 더 낫겠다는 조언도 들을 수 있었고요.

제가 진짜로 사랑하는 일은, 풀을 만지거나 나무를 다루는 일들. 생명과 자연을 가꾸며 삶에 이롭게 쓰는 일들.

거짓 없이 순수한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조화를 관찰하는 일들 등.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시간들이 되려 제 자신을 더더욱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을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채식 요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습니다.

요리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니.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계속해서 충돌이 있을 수 있는 이 키친 일보다는, 퍼머컬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저로서 정원일에 더더욱 신경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엔카지 선생님도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담마 센터 내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이 되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Buddha said his meditators to be selfish in Dhamma Centre

명상하며 함께 성장하는 '도반'이 생겨 행복합니다.


아난다, 그렇게 말하지 말아라. 도반은 삶의 절반이 아니라 삶의 전부다. - 고타마 싯다르타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함께 하는 도반들, 내 또래의 사람들 속, 위빠사나 명상을 배우고자 뭉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함께 성장하고 이해하며 내면의 어려움을 헤아림 받고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야 할지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도반'들과 함께 삶을 헤쳐나갈 생각을 하니 너무도 기쁘고 기뻐서 앞으로의 삶이 기대가 되어갑니다.



홀로 태어난 이 세상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


함께 봉사했던 사람들과, 전주의 한 도넛 카페. 인생-목표-꿈을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시간


그럴 친구들이 끈끈하게 맺어져 같은 목표를 이루고자 마음 안의 갈등, 괴로움, 슬픔, 우울함, 그 모든 부정적인 것들도 자연스럽게 터놓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가 더 나은 스스로가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사람들로 모여있는 공동체.

그런 공동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더 커나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행복한 일입니다.


여기 와서 사람마다 갖고 있는 다름과 색상, 그리고 장점들을 더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어 참 감사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의 마음을 건지는 일, 위빠사나 명상원 봉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