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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입니다 Jul 12. 2021

내 삶의 궤적이 어디로 펼쳐질는지

이든 농장에서의 두 번째 밤

나의 삶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게 될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제 마음의 의도를 생각해보건대,

퍼머컬처를 하고 싶어 했던 나의 삶에

이든 농장과 배이슬이라는 사람, 그리고 지구로 온 이라는 사람들이 한 명씩 들어오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삶 속에 제가 들어온 것이겠죠.



오늘은 나무를 멀칭 하는 일을 했습니다.

확실히 수레에 나무를 파쇄해 만들어놓은 퇴비를 잔뜩 싣고

뙤약볕 아래를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쉽진 않았습니다.

중간에 집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오르기도 했지요 :)


하지만, 함께 했던 사람 중 한 명이 계속 남아 일하겠다 말하는 모습에

제 마음도 조용히 더 일해야겠다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덕분에 멀칭도 더 많이 배우고,

재밌고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Into the wild를 봤다던 사람들,

토종 종자를 유지해서, 씨앗에서 또다시 씨앗을 만들어내는 종자들을 계속 유지 보존하려는

20-30대들의 모임.



'지구로 온'에서 처럼, 지구에서의 그 고유의 자연과 생태, 순환의 원리를 계속 유지해나가며

모두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익히고, 사회에 교육시켜나가며 배울 수 있는 노력을

나무가 자라듯 끊임없이 해내는 사람들의 공간.

이 공간에 제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제 여정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궁금하고 또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내려놓음'을 더더욱 명상을 통해 깊이 키워가며, 삶에 적용해가며

앞으로 이어질 모든 것들을 그저 바라보고 알아차려야 할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명상센터에서도, 이곳 이든 농장에서도 제가 더 배우고, 혹은 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기회들이 있는 듯합니다.

동시에 생계 고민도 들고 말이죠.


나이 서른 초반에 제대로 된 수익 구조가 없이

이러고 지내는 게 과연 맞는 건지 하는 의문 말이죠.


너무나 솔직한 고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과연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한 두려움과 의문도 듭니다.

물론 내 마음의 부정적인 부분을 다 지워내고, 이 두려움과 의문들에 알아차림으로 녹여 내리다 보면

남아있는 건, 배움에 목마른 제 마음과

세상에 더 많은 선한 것들을 남기고 싶은 마음만 남을 테니

그 소중한 두 가지로 무언가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내가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자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과

그토록 바라던 퍼머컬처에 더 깊이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마음에, 삶에 담아 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 삶의 궤적이 어떻게 펼쳐지려 이러는지, 신기하고 기대가 됩니다.



때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제 안의 그릇을 키워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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