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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입니다 Aug 19. 2021

행복으로 벅찼던 사띠 코스 봉사

더 세진 알아차림으로 더 나은 나를 세울 수 있었던 시간

행복으로 벅찼던 사띠빳다나 코스 봉사(8.10 - 18)


즐거웠습니다. 행복하기도 했고요.



특히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 깊은 마음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다른 사람과 또렷한 정신으로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나 자신에 감사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제정신이 무엇인지, 가늠하지도 못한 체 마음과 떠오르는 기분에 따라 결단을 내리곤 합니다.

과거의 저는 기분이 결정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태 역시 기분에 따라 흔들릴 때가 많았고요. 이는 무지했음을 나타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위파사나로 알아차림을 더 세워낼수록 감사의 마음이 커집니다.


하지만 위파사나를 배운 뒤부터, 알아차림과 평정심이 곧게 마음 안에 설 수 있을 때.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하면서도 내 마음 안의 평화를 지키면서 이야기를 나눠갈 수 있는 내가 됐다는 사실에 너무도 감사합니다.

알아차리기만 하면, 마음 안의 부정적인 생각, 기분, 느낌들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조절 능력을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갖는 것만으로도 삶에 자신감이 생기니까요.

이런 자신감과 감사를 느낄 수 있어 고타마 싯다르타께, 그리고 이를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 수많은 손길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됩니다.


절에 있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갈등이나, 꾸지람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마음이 들들 볶일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을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은 체 좋은 결정들을 내려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체하고 몸살기 있는 몸으로 일하다, 수년 된 청을 냅다 내버린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만(땀) 실수에 먼저 달려가 등을 내보이며 죄를 실토하며 별 탈 없이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다 스님의 자비로움 덕분에 조용히 지나갈 수 있었겠지요.


사띠빳따나는 알아차림을 세우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가르침을 담은 강연입니다. 일 년에 한 차례밖에 열리지 않는 코스이기에, 쉽지 않은 발걸음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참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코스에 임했습니다.

위파사나는 하면 할수록, 제 자신이 더 견고해지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감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 준 몇 안 되는 삶의 기술이니까, 그걸 알고 있으니까.

여기에 오는 걸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알아차림이 한 단계 더 선명해질 수 있던 시간


그 덕분에 단순히 앉아서 명상에 빠졌을 때에 감각을 알아차리는 '사띠(Satī)’ 뿐만이 아닌, '쌈빠잔여(Sampajanna)'

깨어있는 모든 순간에 몸에 일어나는 감각을 알아차리며, 내 전체 모습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어 너무도 유익했습니다.

쌈빠잔여로 제 자신의 '현재',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모든 모습을 알아차리자 봉사하는 내내 제 손길과 요리의 결과물들이 훌륭했으니까요.


명상에 들어갔을 때에도 보다 깊은 편안함과 몰입감, 끊이지 않고 몸 일부일부를 계속해서 알아차려나갈 수 있는 집중력도 세졌습니다.


삶에 있어 더 나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마음의 힘, 평정심과 집중력, 고요함과 부동심이 더 커져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 입으로 제 자신의 역량이 더 높아져가는 듯하다 라는 게 조금은 민망하기도 합니다. 모든 건 다 결과가 잘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인데 말이죠. :)


어쨌든 좋은 사람들을 또 만나 주방에서 봉사하는 내내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작은 순간들 하나하나, 제 역할들을 철두철미하게 해내는 그 모습들, 그리고 스스로 주어진 일들을 잘 해내는 모습에서 느끼는 성취감.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도반을 만나며 함께 있는 시간들이 내내 기대되고 즐거웠습니다.


제가 지적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인 듯싶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말하는 깊이 있는 대답을 골똘히 생각해보며, 그 뜻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고민해보는 시간이 사실 굉장히 설레고 즐거웠거든요.

아마 제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


이 점은 시간이 더 지나 봐야 더 확실해지고 뚜렷해질 듯한 스토리입니다만, 어쨌든 제 앞일과 앞으로 만날 수많은 에피소드들 속에 나는 얼마나 잘 헤쳐나갈지, 그리고 경험해낼지 설레며 기대가 되어갑니다.


명상을 했던 교도소 재소자들이 삶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처럼 명상을 접하면 접할수록 삶에 대한 기대감이 더더욱 높아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하루 최소 2시간 앉아 몸과 마음을 살피는 위파사나를 철저히 해나가야 앞날에 있을 많은 언덕들을 잘 넘어갈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


수많은 인연을 만나며 고민이 듭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인연들을 새롭게 만납니다. 그 안에서 성장하며 수없이 버무려지는 제 감정, 마음, 이야기글을 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중심을 잡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답은, '나 자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얻어야겠습니다. 절름발이는 다른 절름발이를 도울 수 없고, 눈먼 자는 다른 눈먼 자를 도울 수 없을 테니.

저는 제 자신을 가장 먼저 돕고, 또 풍요롭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보다 어릴 때는, '무조건 선한 일을 해야 한다. 고로 남을 돕고 챙겨야 한다'라고만 알고 해왔습니다만, 한 해 한 해를 넘어가며 느끼고 배우는 건, 나에게 먼저 선하고, 나를 먼저 돕고 챙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나와 동시에 남을 챙길 수 있으면 가장 좋겠습니다.


더 나은 내가 되어,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낫게 만들 수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고타마 시타르타님의 말에 따르면 'Just observe, Do nothing.' 이라며,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고 싶어 하는 나를 알아차리면 그만 입니다만, 이번 사띠 코스에서 배운건, 'but just a little intention.’ 약간의 긴장과 마음의 의도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위파사나, 퍼머컬처 그리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자란 자연의 식생으로 먹고 마시며 행복하게 사는 기술을 더 배우고 알리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결정에 있어 완벽한 답은 없다는 법사님의 말씀이 마음을 스칩니다.


단지 위빳사나로 찾은 평정 안에서 내린 결정은 최선의 답이며, 이 답이라고 해서 고통이 없고, 어려움이 없음을 기대해선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그저 그 모든 순간들에 평정을 지키며, 모든 것은 무상하다, Everything is impermanence. 라는 말을 또 되새기고 되새기며 나아가야겠습니다만, 제가 바라고 바라는 모습들을 계속 그리고 또 그리는 일 또한 멈추지 말아야겠습니다.

허나 알아차리고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Doing nothing, just observe’)을 해나가며, 찾아오는 삶 속에서 평정이 담긴 결정들을 해나가야겠습니다.


아무리 해내도 결점이 없을 수 없는 삶일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나마 최선의 최선의 선택에 가까워질 수 있는 삶과 그 궤적으로 그려나가 지길 바라야겠습니다. 제가 할 일은 바라보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 허나 선한 마음의 의도를 품고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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