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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by 김비주


어디서 눈이 오는가 보다

어머니가 하늘 보고 툭 던지신다

눈들의 잠행, 귀밑머리 허옇게 피어나고

몸 소복이 눈이 휘날린다

이마를 가르는 오른손의 펼쳐진 틈으로

나부끼던 예언


어디서 눈이 오는가 보다

풍경의 한 자락으로 새어 나온다

아파트 사이사이 회색의 기분

창 너머로 건너오고 산 그리메 가깝다

눈들의 역습, 커튼의 구슬 꽃 사이로

어리는 쓸쓸한 징후


눈이 오기는 오는가 보다

사방이 어둑하다

산에는 나무들이 뒷짐 지고

하늘로 오르는 유년의 기억을 동동 동여맨 채

들의 소리를 가만히 기다리는 시간

어디선가 눈이 오시나 보다


흘린 마음 툭 건드리며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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