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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집의 이데아

by 김비주



일정 시간 울음이 머물렀다

집에서 멀어지기에, 목이 멘 분노가

어둠 속에서도 튀어 올랐다

후줄근한 상심들이 지나가고

왼쪽으로 내리는 몸의 기울기가 시리기 시작했다

국가를 벗어난 아귀들이 보도블록을 점령하고

신발을 벗은 내가 걷고 있다

번득이는 어둠이 가슴을 헤집고 들어와 길을 뒤틀었다

가야 해 가야 하는 거야 지옥을 떠난 불순 세력들이

거리를 메우고 오월의 이팝처럼 떨어져 내렸다


잠시,

동이 트는군

집들이 속삭이며 아침을 연다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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