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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Jan 20. 2023

도라지 냄새 좋아요



딸이 퇴근해서 들어오며 도라지 냄새가 좋단다.

명절이 오면 장을 보는 것이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부전 시장을 거쳐, 홈플러스, 탑마트, 동네 마트 시장을 거쳐 쿠팡까지 전천후 장보기였다.


명절을 집에서 난 지 14년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음식의 양도 많이 줄었고 장을 보는 요령도 늘었으며

온라인 직구도 많이 늘어서 한 곳에서 장을 보기보다는

여러 곳을 이용한다.

작년부터 고사리는 말린 고사리를 이용한다.

좋은 곳에서 잘 말린 상품은 어설프게 시장 가서 며칠 전 사 오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을 구할 수 있다.

도라지도 좋은 상품을 파는 곳을 찾아 온라인으로 샀다.

만족할만한 결과였다. 맛이 달랐다.

어제 아침에 도라지를 꺼내서 껍질을 벗겨 설에 쓸 것을 다듬고, 2월 아버님 제사에 쓸 것을 김치 냉장고에 보관했다.

2,3개월 정도 보관하면 숙성되어서 좀 더 달아진다고 한다.

도라지를 다듬으면서 참 보드랍고 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향이 남아서 저녁 퇴근길 딸의 후각까지 건드렸다.


일하는 수고가 많아지는 만큼 나물은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수고로움을 선택했다.

작년은 금산 도라지, 올해는 홍천 도라지였다.

작년 것이 너무 좋아서 올해도 찾아서 새로운 곳에서 주문했다.

주문한 집들의 상품설명서를 부엌 한 곳에 넣어두었다.

표고, 시금치까지 다 온라인 구매를 했다.

장을 보기 위해서 다닌 시간이 늘 힘들었다.

많은 짐과 추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장을 보는 것 자체가

내 성향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집 모든 장보기는 온라인 구매다.

벌써 7, 8년 된 것 같다.

집 앞까지 배달할뿐더러 가격 비교도 쉽다.

그리고 상품에 따라 시간차 주문을 한다.

바쁘지 않도록 나눠서 좋은 혜택을 활용하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건 시간을 기다려서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일은 조금 많다.

남은 것들의 보관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늘 생각한다.

일을  능숙하게 잘하지 않는 나는 내 나름대로 요령껏 명절을 보낸다.

요즈음 살면서 참 좋은 시간에 산다고 생각한다.

요리 레시피도 한눈에, 책을 사서 배웠던 지난날이 생각난다.

요즈음 아이들은 똑똑해서 조금만 하면 잘한다.

맛있게 먹자. 명절 나물.

맛의 감각도, 모양도 다채로운 세상에서 장보기를 하며

잠시 시간을 거슬러 가본다.


2023.1.20 아침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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