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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Jan 25. 2023

생각 모으기



여름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때때옷 입은 아이처럼 우쭐해진 기분으로 여름 정수리를 내려친다. 한 점의 바람이 뼛속까지 느껴지는 이때 물의 존재들이 제모습을 드러낸다.

바다로, 폭포로, 소나기로, 계곡으로, 몸을 씻어내는 존재로.  참으로 기막힌 반격이다. 늘 소리 없이 있다가 우아한 몸짓으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내려앉고 한여름에 승차한 사람들에게

이제 우리가 정말 소중한 존재냐고? 묻는 것 같다.

다른 모습을 한 모든 물의 물성들이 전면전을 통보할 때 우리의 여름은 더욱 성숙되어 갈 것이다.

이 여름의 한켠에서 난 늘  준비되어  있는지‥물성들과 함께할  마음의 여백을 가꾸어 가는지? 생각하게  한다.

아침의 소소함과 한 점 바람의 힘을 얻어 이 여름을 재음미해 본다.

ㅡ한여름을 가로지르며 잠시 멈추다 ㅡ


2012.8.3



여전히 후덥지근하다. 매미가 열심히 쓰르르 울어댄다.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차를 타고 가다가 유엔 공원 근처에서 참새들을 한 무더기 보았다. 쪼르르 나는 놈, 종종종 걷는 놈 각각의 모습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참으로 어여쁘다. 작고 야리야리한 것이.

작고 여린 것의 움직임이 마음을 순하고 선하게 만든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며 치열함을 잠시 내려놓고 순하고 선해지고 싶다.


2012. 8.13


10년 전 여름에 썼던 글을 가져왔다.

지금의 나와 생각이 같다.

겨울이 코끝에 내려 집안에서도 서늘하다.

거실 밖 어둠 속에서 희뿌연 시야가 춥다고 말한다.

아침 음악을 들으며 몇 날을 덜어내고 있다.

명절 뒤에 1kg이 몸에 실렸다.

이 1kg을 덜어내려면 맛의 유혹과 작은 거짓말 허기를

멀리해야 한다.

운동량의 극감으로 5kg을 늘인 지 2kg왔다 갔다이다.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

무언가 유지한다는 건.


2023.1.25 소소한 아침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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