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명암을 그리는 아침

by 김비주



꽃집을 하고 싶었던 스무 살 언덕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초여름 공기가 바람 타고 들어와 이마에 닿는다

아침은 숨을 뱉고 꼬리를 세운다

집안 모든 냄새를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는

4년 차 고양이 짱은 아직도 학습 중이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7년 차 고양이 깜은 선택 중이다


난, 관찰 중이다

바람의 언덕으로 이동 중이다

말의 명암을 그린다

화초의 몸들이 사라진 후 그림에는 포식자의

숨겨진 말이 있다

난 아직도 포식자일까

결기 잃은 말들이 떠다니는 아침, 고양이의 발 스텝이

현란하다

햇빛에 부풀어 오르던 생이 마르게 누웠다

마르고 마르던 나의 말이

공중을 떠다닌다

화초 잎을 솎는 아침, 아직도 말이 필요하다


201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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