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의 징후

by 김비주



우리는 서로 한참을 어루만진다

더위를 지나 아침 산책길은

늦게까지 핀 장미들과 눈맞춤하고

참취꽃 여린 대를 흔들어가며 딱 피었다


늘 기다리는 곳에서 시간을 기다리던 아이들은

모처럼 나온 조금 아는 지인의 관심에

몸을 일으킨다

머리와 등을 쓰다듬으며

더운 여름을 밖에서 잘 살아줘서 고맙다


힘들었지?

너에게만 건네는 인사일까

고맙다는 인사와 쓰다듬은 뒤에 오는 이별

아이들은 캣맘을 기다린다

무언가의 엄마가 된다는 것,

가슴 한구석을 송두리째 비워놓는 일이다


이웃이 잠시 된다는 것,

도반이 되어가는 것,

길 위에 시간들을 함께

한 시간만큼 길어진다는 것

그 시간들을 잠시 잠시 자르고

이별을 고할 때 아직까지도 가슴이 아려온다


희뿌연 아침 안개 그늘에 앉아

아직도 나의 몸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2024.9.8 일요일 모처럼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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