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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재 Aug 02. 2024

반드시 돌아와야 할 사람에게,
만남을 기약하며


최근 완독한 책이 있다. 일본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각광을 받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장편영화를 다시 소설로 읽게 된 것이다. 일명 재난 3부작으로 일컫는 '너의 이름은' ,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이 그것이다.


영화로 통해 이미 익숙해져 버린 이야기를 굳이 소설로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나에겐 영화에서 놓친 디테일을 되살려 그 감동을 다시 붙들고 싶은 감정이 넘실거렸다. 무엇보다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영화와 함께 언어의 색감으로 덧칠한 소설로 완성하고 싶었다.


3권의 책 읽기를 모두 마무리한 지금, 책 속에 등장한 캐릭터 하나하나가 내 주변에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듯 느껴진다.



타키!   미츠하!

호다카!   히나!

소타!   스즈메!


 책마다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마법 같은 매력은 견줄 수 없는 본능의 애틋함으로 아련한 저편의 꿈을 아득히 꾸게 한다. 특히 '날씨의 아이'를 읽는 도중 영화에서 미처 감흥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삼 발견하고 한참 동안 벅찬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촉촉한 눈시울에 소설의 여운이 짙게 남았다.



호다카는 주저하지 않고 

가시 돋친 철조망을 기어올랐다.


 "고마워요, 나츠미 씨!"


소년은 딱 한순간 내 눈을 보고 말하더니

선로로 뛰어내려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최대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호다카, 달려!"


그는 이제 나를 잠깐도 돌아보지 않았다.

점점 멀어져 갔다.

나는 웃고 있었다. 

순찰차 사이렌이 바로 근처까지 들이닥쳤다.


나는 여기까지야, 소년


가슴속으로 다시 그렇게 말했다.


내 소녀 시절은,

내 청춘은, 

내 모라토리엄은 여기까지야.

 

소년, 내가 먼저 어른이 되어 있을게.

너와 히나가 동경해 마지않는 어른이.

아아, 빨리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어른이.

엄청나게 멋진,

케이 짱 같은 사람은 성에 차지도 않을,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슈퍼 어른이.

멀어지는 사춘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맑게 갠 기분으로 나는 기도했다.


그러니까 너희는 꼭 무사히 돌아와야 해.


- 소설 '날씨의 아이' 중에서 -



호다카!  히나!

맑은 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도 괜찮다. 나를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살아가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거친 세상에서 너희를 자유롭게 하는 것 뿐.


더 이상 비는 그치지 않을 터. 진정 세상을 구원하는 건 너희가 온전히 돌아오는 일이기에, 너희는 반드시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


호다카, 히나!

언제나 기다릴께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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