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 직장인, 회사 말고 절로 들어갔습니다.

- 지옥 같은 현실을 천국으로 바꾼 100일 내 마음 관찰기 -

by 신민정

Intro


깊은 새벽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공포,

살아야겠다!


그날도 내겐 회사 프로젝트의 두툼한 자료가 손에 쥐어져 있었다.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확인하고 수정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몇 시간째 진행 중이었다.

복도에서는 초인종 소리와 사람의 인기척이 수시로 들려왔다.


“치킨 배달 왔습니다.” “주문하신 피자입니다”


방음이 잘되지 않는 옆방에서는 TV 소리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오늘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그런 생각과 함께 노트북 옆에 세워진 달력의 날짜를 확인하였다.

그때서야 인지할 수 있었다.

내겐 오늘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월화수 목금금금’의 보통날이었고, 남들에겐 일주일의 피로를 보상받을 수 있는 황금 타임, 토요일 저녁이라는 것을…

내 손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업무가 한참이나 남아있는데…….


‘휴… 나는 언제쯤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을까?’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의식을 놓았던 어두운 새벽, 몇 번의 뒤척임 끝에 눈을 떴다.


‘허… 허…’


잠에서 깨어났는데 숨쉬기가 힘들었다. 얕은 호흡조차 너무 버거웠다.

무거운 무언가가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고, 내 목을 몹시 조이고 있었다.

나는 내 호흡조차, 내 몸조차 가누고 통제할 수 없었다.


‘살고 싶어! 살아야겠다!’


숨을 쉬지 못하는 공포감에 압도되어 내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애쓸 필요도, 노력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러워야 할 호흡조차 힘겨운 이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더 이상 지체할 것 없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할 시점이었다.

내가 살기 위해서….





(◀◀ Rewind, 2년 전)


# 새로운 만남과 도전, 관계의 균열


33살, 뒤늦은 나이에 꿈과 비전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 서울로 상경했다.

하라는 결혼은 안 하고 나이 많은(어머니 기준) 딸이 뜬금없이 서울로 간다는 딸의 결정에 어머니는 앓아누우셨다.

당시 나는 지방에서 외국계 기업의 교육담당자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버리고 과감히 내 꿈을 향해 도전하기로 했다.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창립 멤버가 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함께 하는 멤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따뜻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함께 힘을 모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이 신나고 행복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끝까지 함께 갈 가족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는…


하지만 그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다 보니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사소한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우리 사이에 넘지 못할 다리가 놓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화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소통이 사라졌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매일 밤낮을 함께 해 온 사이였는데 무거운 침묵만이 흐를 뿐이었다.


날이 갈수록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업무량은 점점 많아지는데 나는 지쳐만 갔다.

우리들에겐 일만 남고 유대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정서적 지지 속에서 활발히 의견을 교류하고 공유하며 함께 진행해야 할 업무 속에서 차가운 단절만이 존재했다. 웃음이 사라지고 말이 없어졌다.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얽혀버린 실타래는 점점 더 엉키고 설켜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존재의 부정

(feat. 지옥 같은 현실에서의 고통)


“도대체 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자격이 없어요!”


서울에 올라와 밤낮없이, 주말도 없이 일에만 몰두했다.

내 목표를 위해, 꿈을 위해 사람도 만나지 않고 오로지 내겐 일이 전부였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니….


망치로 머리를 세게 두드려 맞은 것 같았다. 나의 존재가치가 한순간에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나의 존재에 대해 그 가치를 모른다고 한다면 내가 있을 필요가 없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었다.

가슴에 날카로운 칼날이 깊숙이 내려 꽂히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내 꿈과 목표 때문이었다.

그리고 존경하고 의지했던 사람들 때문이었다.

내게 남은 건 마음의 상처와 아픔,

현실에서의 고통뿐이었다.


이 말을 듣고도 놓지 못했다. 안간힘으로 붙잡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들인 열정과 시간이 아까워서,

나의 노력들이 산산조각 나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3개월을 버티고 버티다

끝내 숨을 쉬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떠났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끝끝내 내가 택한 곳은

‘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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