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일본어사이에서 365일
チャンドクテ(醤甕台)장독대
かめ(甕)항아리
シッケ(食醯)식혜
スジョングァ(水正果)수정과
아직 모두가 모여서 큰 밥상에 앉아 밥을 먹던 시절. 할머니네 집의 장독대도 자기 몫을 다하고 있었다. 고추장이며 간장이며 된장이며 장독대 안에서 잘 익어갔다. 그 중에는 식혜와 수정과도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달디단 음료수가 장류와 같이 보관되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설연휴 전 어느 날 밤. 저녁을 먹고 편하게 쉬고 있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할머니와 같이 장독대로 갔다. 눈이 쌓여있었고 하얀 입김도 나왔지만 그다지 춥지 않았다. 위에 쌓인 눈을 가볍게 쓸고 연 뚜껑을 다른 뚜껑 위에 올려두었다. 눈이 조금씩 뚜껑 안 쪽으로 떨어졌다. 고개를 숙여 항아리 안을 바라보니 살얼음이 끼어있었다. 가져온 바가지로 톡톡 깨어 가져온 용기에 식혜를 옮겨담았다. 쌀알이 눈송이 같이 춤을 췄다. 수정과가 들어있는 항아리도 열었다. 진한 계피향이 났다. 좀 싫지만 계속 맡게 되는 향. 나는 식혜가 더 좋아. 혀와 이빨 끝에서 뭉글어지는 쌀알도 진하게퍼지는 단맛이 좋아.
이제는 가끔 신오쿠보에 있는 한국슈퍼에서 일본어로 가득한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고 앉아있는 캔과 플라스틱병에 담긴 식혜나, 어쩌다가 간 밥집에서 식후 디저트로 내어주는 큰 통에 담긴 식혜를 접하는 정도라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눈이 오는 날 장독대에서 가져온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할머니가 만든 식혜라면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