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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린 산천어 Jul 28. 2023

천명, 교통사고에 대비하기

어쩔 수 없어도 어떻게든 해야지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천(天)은 누가 주지 않아도 저절로 솟아나는 큰 힘이며, 명(命)은 뜻하지 않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큰 일입니다. 천명(天命)은 '어쩔 수 없음'입니다. 큰 힘 앞에서는 맞설 수 없고, 큰 일 앞에서는 달아날 수 없습니다. 천은 하늘과 같고, 명은 목숨과 같습니다. 계절과 날씨가 바뀌는 힘은 사람으로서 어쩔 없습니다. 여름에 에어컨을 틀어도 갑자기 겨울이 되지 않고, 비가 올 때 우산을 쓴다고 햇빛을 가린 먹구름을 걷어낼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죽는 일은 어떻게 해도 막을 없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해도 사람은 언젠가 죽습니다.


 천명은 어쩔 수 없지만, 모든 게 할 수 없지는 않습니다. 못하겠다는 말은 거의 거짓말입니다. 뭇사람은 그저 안 하겠다고 돌려 말할 뿐입니다.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천명을 알아야 합니다. 묵묵하고 꿋꿋이 나아가면서 막혀야 그러려니 해야지 잘 가다가도 손 놓아버리면 천명이 아닙니다. 천명은 교통사고입니다. 다리가 갑자기 무너지거나, 가로수가 쓰러져 길이 막히거나, 역주행하는 불법차량과 부딪히거나, 연중 추돌사고에 휘말리거나, 야생의 고라니와 마주치는 일은 바라지 않아도 일어나고 막을 수도 없기에 천명입니다. 졸음운전하다가, 음주 운전하다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정신 팔려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천명이 아니라 변명입니다.


 진인사대천명(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일을 다 해놓고 천명을 기다려야 합니다. 천명은 바깥의 일이고 도덕은 안의 것입니다. 군자는 천명을 알지만 바깥보다는 안쪽을 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은 나중에 받아들입니다. 천명을 깨닫더라도 삶이 부질없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마음을 텅 비우지 않고, 몸을 끊어내지 않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알면 오히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찾기 쉬워집니다. 천명은 천명으로 제쳐놓고 바로 덕을 지키고 도를 따릅니다. 비 온 뒤 땅이 굳으며,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듯이 천명은 우리를 군자로 만들어줍니다.



 만장 상 33, 

莫之爲而爲者 天也 莫之致而至者 命也

하지 않았는데도 다 되는 게 천이고 부르지 않았는데도 오는 게 명이다

만장 상 23~

萬章曰 堯以天下與舜 有諸 孟子曰 否 天子不能以天下與人 然則舜有天下也 孰與之 曰 天與之 天與之者 諄諄然命之乎 曰 否 天不言 以行與事 示之而已矣

만장이 말하였다. “요임금께서 천하를 순에게 주셨다고 하니,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닐세. 천자는 천하를 남에게 줄 수 없네.” “그렇다면 순이 천하를 소유하신 것은 누가 준 것입니까? ” “하늘이 준 것이네.” “하늘이 주었다는 것은 자세하게 말로 명하는 것입니까? ” “아닐세. 하늘은 말을 하지 않는다네. 행동과 일로써 보여줄 뿐이네.”

헌문38

... 子曰 道之將行也與도 命也며 道之將廢也與도 命也니 公伯寮其如命何리오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도가 장차 행해지는 것도 천명이며, 도가 장차 폐해지는 것도 천명이니, 공백료가 그 천명을 어찌하겠습니까?”

이루 상 9

9. 孟子曰 桀紂之失天下也 失其民也 失其民者 失其心也 得天下

9.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폭군 걸(桀)과 주(紂)가 천하를 잃은 것은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니, 백성을 잃은 것은 그들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천하를 얻는 데에 방법이 있으니, 백성을 얻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

순자 왕제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이니 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천명은 사근사근하지 않습니다. 태풍이 불고, 소나기와 우박이 쏟아지며, 천둥번개가 치는 일은 하늘이 미리 말해주지 않습니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일도 사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연을 이길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날씨를 100%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고, 의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죽음을 완전히 막을 수 없습니다. 날씨와 죽음은 어쩔 수 없는 큰 힘이기에 천명이지만, 오로지 자연만이 천명이지 않습니다.


 뭇사람의 바람은 큰 힘을 가집니다. 사람 한 명 한 명의 힘은 보잘것없지만 사람의 수가 많아지면 걷잡을 수 없이 그 힘이 커집니다. 아무리 총칼을 들이밀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바를 시키려 들고, 가진 것을 빼앗아도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사람은 밟혀도 다시 고개를 드는 풀처럼 일어납니다. 정치권에서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고 말하는 까닭입니다. 뭇사람의 힘은 자연재해처럼 무시무시하기에 천명입니다.


 사람은 무릇 덕을 가지고 있지만 도를 따르게 하는 일은 군자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군자가 어쩔 수 없습니다. 군자가 사람들을 마음 다해 도로 이끌어도 목숨이 다해서 죽게 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리 군자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천명입니다.




중용 1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하늘이 명命하신 것을 '성性'이라 이르고,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이른다....

진심 상 1, 진심 상 2, 

孟子曰 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則知天矣 存其心 養其性 所以事天也 殀壽 不貳 修身以俟之 所以立命也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그 마음을 다 실천하는 자는 마음의 근원인 성(性)을 알 수 있으니, 그 성을 알면 더 나아가서 성의 근원인 하늘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마음을 보존하여 그 성을 기름은 하늘을 섬기는 것이요, 요절하거나 장수하거나 하는 것에 의심하지 않고 몸을 닦아 천을 기다리는 것은 명을 세우는 것이다.”

술이 22, 

子曰 天生德於予시니 桓魋(환퇴)其如予何리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나에게 德을 주셨으니, 宋나라 司馬인 桓魋가 나를 어쩌겠느냐?”

옹야 26, 

子見南子 子路不說 夫子矢之曰 予所否者 天厭之, 天厭之

공자께서 衛나라 靈公의 부인인 南子를 만나시자 子路가 기뻐하지 않았다. 이에 夫子(孔子)께서 맹세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도를 따르지 않는다면) 하늘이 나를 미워할 것이네. 하늘이 나를 미워할 것이네.”

팔일 13, 

... 子曰 不然하다 獲罪於天이면 無所禱也니라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어디에 빌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덕은 사람의 마음에 자리 잡은 가장 큰 힘입니다. 하늘처럼 높고, 땅처럼 넓으며, 바다처럼 깊으니 천명입니다. 사람이 할 수 없어 보이는 일을 해내고 이룰 수 없어 보이는 일을 이뤄낸다면 덕 또한 천명이기 때문입니다. 천명을 따른다는 말은 덕을 길러 덕을 따른다는 뜻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하늘에 죄를 지으면 곳이 없다"라는 말은 덕을 거스르는 일이 부질없다는 뜻입니다. 사람에게 죄를 지으면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지만 하늘에게 죄를 지으면 나 자신에게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하늘이 나를 미워한다면 곧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스로 무너질 겁니다. 사람에게 죄를 지으면 죄인이 되지만 하늘에게 죄를 지으면 사람이 아니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을 빼앗기고는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자동차가 압류(留, 억지로 빼앗기면)당하면 더 이상 운전자가 아니게 됩니다. 




옹야 2, 

哀公 問 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未聞好學者也

哀公이 물었다. “제자 중에 누가 배우기를 좋아합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顔回라는 제자가 배우기를 좋아하여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는데, 불행히 命이 짧아 죽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으니, 아직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옹야 8, 

伯牛有疾 子問之 自牖 執其手曰 亡之 命矣夫 斯人也 而有斯疾也 斯人也 而有斯疾也

공자의 제자 冉伯牛가 몹쓸 병에 걸리자, 공자께서 문병하러 가셨는데, 이때 염백우의 집에서 임금이 문병하러 왔을 때 행하는 禮로써 공자를 높이자, 공자께서 방에 들어가지 않고 남쪽 창문을 통해 그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이런 병에 걸릴 리가 없는데, 天命인가 보다.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선진 6, 

季康子問 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幸短命死矣라 今也則亡

노나라 대부 季康子가 물었다. “제자 중에 누가 배우기를 좋아합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안회라는 자가 배우기를 좋아했었는데, 불행히도 수명이 짧아 죽었습니다. 지금은 없습니다.”다.

선진 8

顔淵 死 子曰 噫라 天喪予 天喪予

안연이 죽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


 천명을 차분하고 그윽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의 몫이 있고, 산사람은 산사람의 몫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위해 슬피 울어줄 수는 있어도 다시 살려낼 수는 없습니다. 군자가 젊어서 죽을 수 있고, 소인이 오래 살 수도 있습니다. 도덕과 천명은 가깝지만 따로따로입니다. 사람은 명대로 살다가 명대로 갑니다. 덕이 높은 군자가 도를 펼쳐도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고, 욕심 많은 소인이 도를 어지럽히려 해도 군자가 막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덕이 거꾸로 돌아가는 때는 한때입니다. 천이 사람에게 낸 명은 오로지 덕입니다. 도덕이 천명의 곁에 있거늘 언젠가는 도가 이루어집니다.




진심 상 2

孟子曰 莫非命也 順受其正 是故 知命者 不立乎巖墻之下 盡其道而死者 正命也 桎梏死者 非正命也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이든 명 아님이 없으나 그중에서 바른 것을 순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므로 명을 아는 자는 위험한 담 밑에 서 있지 않는다. 자기의 도를 다하고 죽는 것은 바른 명이지만, 죄를 지어 벌을 받고 죽는 것은 바른 명이 아니다.”

진심 상 3

孟子曰 求則得之 舍則失之 是求 有益於得也 求在我者也求之有道 得之有命 是求 無益於得也 求在外者也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구하면 얻고 버리면 잃는다 이 구함은 얻음에 보탬이 되니 자신에게 있는 것을 구하기 때문이다. 구함에 도가 있고 얻음에는 명이 있다. 구함은 얻음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 이는 밖에 있는 것을 구하기 때문이다"

헌문 37, 

子曰 莫我知也夫 子貢曰 何爲其莫知子也 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其天乎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구나!” 자공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선생님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하십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아래에서 배워 위까지 닿으니, 나를 알아주는 것은 하늘일 것이네.”


 명이라고 다 같은 명이 아닙니다. 바퀴에 구멍이 난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가 뒤집어지면 어쩔 수 없는 명이지만, 바퀴에 구멍이 난 걸 알고도 자동차에 탔다면 바른 명이 아닙니다. 아무리 범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지만, 일부러 범의 아가리로 들어가면 바른 명이 아닙니다. 천명은 떠보지 말아야 합니다. 도덕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마땅히 바꿔야 합니다. 의, 중용, 권으로도 풀 수 없는 다음에야 천명을 말할 수 있습니다.


 도덕은 내 안에 있고 천명은 내 바깥에 있습니다. 내가 꼭 바꿀 수 있는 것은 나의 덕과 내가 따르는 도입니다. 하지만 천명은 한 명의 사람이 함부로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군자는 천명을 탓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습니다. 자동차는 아스팔트 도로, 맑은 날씨에만 달릴 수 없습니다. 스노 체인(snow chain, 눈길 미끄러지지 도록 차바퀴에 감는 쇠사슬)을 감고 눈길을 뚫으며, 와이퍼로 성에를 닦아내며 가야 합니다. 군자는 쩔 수 없어도 어떻게든 해내려고 합니다.




계씨 8, 

孔子曰 君子有三畏하니 畏天命... 小人은 不知天命而不畏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으니, 천명天命을 두려워하고 ... 소인은 천명을 알지 못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

요왈 3, 

子曰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천명天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

선진 11

季路 問事鬼神子曰 未能事人 焉能事鬼 敢問死 曰 未知生 焉知死

자로가 귀신 섬기는 일을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살아 있는 사람을 잘 섬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귀신(鬼神)을 섬기겠는가?” 자로가 “감히 죽음에 대해서 묻습니다.”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삶을 모른다면 어떻게 죽음에 대해서 알겠는가?”

옹야 20

樊遲問知 子務民之義 敬鬼神而遠之 可謂知矣

번지가 지(智)에 대하여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힘쓰고 귀신을 경하되 멀리 하면 지라 말할 수 있다.”

공야장 12, 

子貢曰 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자공이 말하였다. “선생님의 학문은 배우는 자들이 모두 함께 들을 수 있지만, 선생님께서 性과 天道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은 아무나 들을 수 없다.”

자한 1, 

子 罕言利與命與仁

 孔子께서는 利와 命과 仁에 대해 드물게 말씀하셨다.


 천명을 알지 못한다면 군자가 될 수 없습니다. 날씨를 바꿀 수는 없어도 일기예보는 봐야 합니다. 천명은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처럼 여기면 안 됩니다. 천명이 무엇인지 꼭 알아야 천명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바를 알게 됩니다. 천명의 탈을 쓰고 도덕을 가로막는 것들을 쓸어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군자는 천명을 경으로 대합니다. 내 도덕으로 바꿀 수 없는 일이기에 천명으로 일을 그르칠까 두려워하지만, 천명 하나에 목매며 살피지 않습니다. 알긴 알지만 가까이하지는 않습니다. 도덕을 말하지, 아무에게나 가볍게 천명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운전에 기본기도 없으면서 벌써부터 교통사고가 났을 때 어떡하지 하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은 모범운전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일상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위기에도 버틸 수 없습니다. 오늘 먹을 것도 마땅찮은데 백두산이 폭발할걸 대비해서 비상식량을 사놓는다면 잘못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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