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쉬엄쉬엄 글 쓰는 건 어떨까요?
요즘에는 유튜브로 운동과 관련된 콘텐츠를 많이 본다. 내가 대학생일 때만 해도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쓴 보디빌딩 백과사전 밖에 없었는데... 요즘 유튜브에서 보는 대부분의 운동 콘텐츠들은 어지간한 PT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는 유튜브가 등장한 이유도 있지만 운동과학이 더 발전한 부분도 크다.
말이 나온 김에 운동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유튜브 채널 ‘3분 운동과학’을 꼭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운동에 대한 기본적인(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리들을 알기 쉽게 들려준다. “No Brain, No Gain”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고통과 성과는 관련이 없다. 똑똑한 고통만이 성과로 이어진다. 최소한의 이론적 배경이 없으면- 헬스장에서 하는 모든 운동은 그냥 몸을 혹사시키는 노가다에 지나지 않는다. 돈 내고 관절을 파괴하는 짓이라고 할까나? 안 하니만 못하다.
만약 당신이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 조금 하고, 머신으로 깔짝 운동을 한 다음, 덜덜이를 경유하여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루틴을 밟고 있다면 - 그리고 거기서 더 발전된 다른 방법을 찾을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 아마도 원하는 변화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3분 운동 과학’이 분명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와서 그런가 보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고 싶다. 어젯밤에 글을 하나 써서 포스팅 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포스팅을 하나 하고 난 다음에는 1~2일 정도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책도 당기지 않는다. 오늘은 만화방에 가서 헌터 헌터를 보거나, 피시방에 가서 게임을 좀 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잠깐 카페에 왔다. 어제 포스팅한 글에 흑당 버블 라테에 관한 부분이 있었고 거기에 덧 붙일 사진을 한 장 찍기 위해서다. 흑당 라테 사진을 찍고 잠시 카페에 앉아 있으니 다시 깔짝 글을 쓰고 싶어 졌다. 피시방은 잠시 미루도록 하자.
운동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운동이 정신력과 체력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더 잘 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마도 이 주제에 관해서는 하루키 아저씨가 충분히 이야기를 하셨던 거 같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 더 효율적인 글쓰기 성과 증대 방법이다.
처음 글을 쓸 때 나는 글쓰기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거기에 어떤 마법 같은 공식이 있고 그것을 따르면 빠르고 완성도 높은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주제에 관해서 당신이 읽은 책들과 내가 읽은 책들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글쓰기 절대 공략 방법과 내가 가지고 공략 방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정도가 아닐까?
- 매일 글을 쓸 것
- 글을 쓸 때면 최대한 깊이 내면으로 내려가서 쓸 것
운동에도 이와 비슷한 공식이 있다. 많은 사람이 아래의 방법으로 운동을 한다.
- 매일 운동할 것
- 운동을 할 때마다 한계까지 육체를 밀어붙일 것
어떨까? 이런 방식으로 몸은 더 강해질 수 있을까? 이것이 더 건강한 삶으로 인도해 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절대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은 울버린 혹은 블랙위도우 같은 몸을 만들 수 없다. 게다가 분명 3년 내에 3~4개 관절이 고장 나 있을 것이다.
나는 성과를 향상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글쓰기라는 영역이 운동이라는 영역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글쓰기에는 성과를 관리할 명료한 기준이 없다. 글자 수냐? 글 쓴 시간이냐? 나온 글의 질이냐? 조회수냐? 글을 쓰며 느낀 충족감이냐?라는 측면에서 아무런 기준이 없다. 객관적인 성과 측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더해 글쓰기는 누구와 경쟁하거나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성과를 향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탐색이 거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글쓰기 성과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뇌에 센서를 붙이고 활성화 부위를 연구하는 연구원을 상상할 수 없다.
지구력 연구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는 경기력이 향상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건강과 전혀 무관한 이유로 지구력 종목에 도전한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지구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에서 취미와 중독 사이 어디쯤에 있는 즐거움을 찾는다.-"인듀어"중에서
반면 운동의 많은 영역이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고 기록을 경신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로 인해 운동과 관련된 논문 상당 부분이 어떻게 더 성과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인듀어”라는 책을 보면 운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성과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뇌신경과 폐와 근육에 센서를 붙이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조건에서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많은 것들을 발견해냈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글쓰기와 운동은 사실 동일한 활동이 아닐까? 이 두 활동은 모두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꿈틀거리는 몸부림 비슷한 것이다. 게다가 두 활동 모두 신체의 일부를 사용하여 어떤 작용을 만들어 낸다는 것도 동일하다. 글쓰기의 경우 뇌를 사용하여 문장을 만들어낸다. 운동의 경우 근육을 사용하여 활동을 만들어낸다.
”네가 왜 초조한데?” 그녀가 내게 물었다. “함성을 지르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3점 슛을 쏘는 것도 아니잖아. 달리기는 그저 출발 신호가 떨어지면 냅다 달리고, 그중에서 제일 빠른 사람이 우승하는 단순한 시합 아니야?” 나는 달리기 선수에게 좋은 경기란 자신의 육체적 한계라고 느껴지는 지점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인듀어"중에서
그렇다면 글쓰기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운동 학자들의 연구내용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역도 선수들이 순발력을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마라톤 선수들이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동 학자들이 발견한 성과 향상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다.
- 규칙적으로 운동할 것
- 운동을 한 다음에는 완전한 휴식을 취할 것
- 규칙적인 생활을 할 것
- 건강한 영양소, 수분을 섭취할 것
- 술, 담배를 끊을 것
- 스트레칭
내 생각에 글을 쓰는 사람 중에 많은 사람들이 잠과 휴식, 영양소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불충분하고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술, 담배가 더 독특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봤다. 쉬지 않고 모든 여유시간에 주구장창 글만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의 말이 맞을 수 있지만 운동학적 관점에서는 0점짜리 답변이다. 이런 방식의 글쓰기는 장기적으로 글쓰기 성과는 물론 안정적인 삶과 감정상태를 유지하는 것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규칙적으로 글을 쓰되, 충분한 휴식과 영양분 섭취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스트레칭의 중요성도 빠뜨릴 수 없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 외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아마도 글쓰기 스트레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방법들로 글쓰기 성과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 아껴두었던 교훈이 있다. 내가 운동 학자들이 발견한 것 중 가장 좋아하는 교훈은 아래의 것이다.
아주 긴 거리를 달려라.
때로는 원래보다 빨리 달려라.
가끔은 쉬어 가며 달려라.
- "인듀어"중에서
하루종일 혹은 몇일동안 쉬지않고 써보기도 하고, 짧은 시간동안 미친 듯이 격정적으로 써보기도 하고, 가끔은 쉬엄쉬엄 써보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당신의 몸과 뇌가 글쓰기 일상이라는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적응은 정체와 동일어다. 몸에 남아있을지 모를 마지막 한계점까지 자신을 밀어붙여보기 위해서 일상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운동이라는 영역은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성과 향상이라는 부분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운동학가들을 믿고 지금의 글쓰기 일상을 한번 뒤틀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처음에 글을 쓸 때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매일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잠이 불충분했고 그 새벽에 뭔가를 먹지 않고 공복으로 글을 썼다. 운동 용어로 말하자면 오버트레이닝(Over Training)이었다. 쏟아붓는 노력에 비해 성과는 거의 없었다. 글을 쓰면서도 즐겁지 않았다. 빨리 종결짓고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중단했었다. 꽤 오랫동안 말이다.
그 이후 새벽에 쓰는 글 따위 집어치운 지 오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잠과 밥이다. 나는 무엇보다 충분히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고, 밥을 잘 챙겨 먹고 5살 꼬맹이의 변덕에 따라 꽤나 불규칙적인 패턴으로 글을 쓴다. 하루 15분을 쓰는 날도 있고, 5시간을 쓸 수 있는 날도 있다. 내가 따르는 패턴은 2주일에 브런치에 글을 하나 올린다는 것 정도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 성과가 더 잘 나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요즘 쓰는 글들이 좋다. 글을 쓰면서 즐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더 건강한 콘텐츠가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많이 각광받는 트레이닝 기법 중에 디로딩이라는 것이 있다. 디로딩이란 평소 트레이닝 무게보다 20~30% 더 낮은 무게로 운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혹은 일정 기간 동안 아예 운동을 중단하는 것도 디로딩이다. 통상 몸에 피로가 누적되어 잘 회복되지 않고(불면증 포함), 성과 향상에 정체기를 맞이했을 때 디로딩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운동 전략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도 최근 운동이 정체기에 달해서 2주일 정도 디로딩을 해보고 있다. 무게를 낮추니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즐겁고 잠도 더 깊게 잘 수 있다(그 전에는 불면이 열대야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순전히 오버트레이닝 때문이었다). 운동을 하면서도 다음에 운동할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동안 불편했던 팔꿈치 관절도 괜찮아졌다. 디로딩 기간이 끝나면 내 힘은 조금 더 떨어져 있겠지만 머지않아 과거 내 최고점을 다시 경신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 학자들이 발견한 가장 커다란 발견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한발 후퇴다. 직관에 반하는 이 발견을 통해 인간의 신체적 한계는 1.5m쯤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내 경우는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재테크에 관한 글을 쓰는 것보다 20~30% 정도 수월하게 느껴진다. 이를 테면 글쓰기 디로딩이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면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을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 신선하다. 디로딩을 하면서 내일 다시 즐겁게 글을 쓰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만약 당신이 지금 글이 잘 안 나오거나, 성과가 좀체 늘지 않거나, 밤에 잠이 잘 안 온다면 디로딩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실 1~2주일 정도 완전히 글 쓰는 것을 중단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시간 책도 보지 말고 그냥 가장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는 것이다. 정 생각나는 것이 없으면 앞에서 말한 ‘3분 운동 과학’을 정주행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경우는 피시방에서 게임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 글쓰기 한 세션을 마무리했으니(생각보다 길어졌다)- 완전한 휴식을 위해 이제 피시방에 게임하러 갈 생각이다.
혹시나 오해를 할까봐 말하는데 이 글은 내가 피시방에 가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절대로 아니다.
절대 아니다.
믿어 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