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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dew Jan 28. 2021

만약에 말이야

Life에 IF가 있는 이유

남편의 최애곡은 싸이와 아이유가 함께 부른 버젼의 '어땠을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HbNaFNoHCY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마지막에 널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중략)


 왜 그랬을까 그땐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이 사랑인 줄 몰랐어 
 혼자서 그려본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널) 
 어땠을까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어땠을까 (마지막에 널) 
 어땠을까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까지 함께 했을까) 



질척이는 싸이의 랩 이후, 아이유 특유의 한숨 섞인 음색으로 ‘왜 그랬을까~’가 흘러나올 때 젊은 날 한때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아른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경험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어땠을까.

달랐을까.

나았을까.

나빴을까.


남녀 관계뿐이랴, 무언가를 결정함에 있어 단호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는 소위 말하는 ‘뒤돌아보지 않는 인간’이었다.

학창 시절, 시험을 보고 나오기가 바쁘게 친구들과 답을 맞혀보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답안지 냄과 동시에 잊어버리는 아이들이 있다. 난 절대 후자였다. 머라고 썼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거니와 이제와 알게 된들 맞춘 기쁨보다 틀린 아쉬움이 더 큰 짓을 왜 하리, 틀린 걸 바로잡고 제대로 공부하기 위한 바람직한 이유라면 그것이 왜 시험 끝난 오늘이어야 하는가, 결과 나온 다음에 해도 충분하다는 참 속 편한 성격이었다.


그렇게 넘어지고 자빠질지언정 오직 전진뿐이었던 나의 삶이 언제부터인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이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미국에 오지 않았더라면,

아이를 하나만 낳고 말았더라면,

진즉에 갈라섰더라면, 

수많은 했더라면 어땠을까에 빠져 있는 동안,


마치 틀린 줄 알면서도 이미 내어버린 답안지를 들고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처럼

실패작인 나의 인생을 붙들고 어찌할 바 모르는 마흔 살의 나의 모습을 본다.


나의 남편은 ‘치밀한’ 인간이다. 지금도 저 인간과 그만 살아야겠다 싶을 때마다 합의해줄 리 없는 양육권 문제를 두고 결국은 소송을 해야 할 텐데 명확한 귀책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증거 수집에서부터 정황 증거까지 치밀하기 이를 데 없는 저 인간과 맞서 이길 자신이 없어 여태 살아왔으니 그의 주도면밀함은 내가 본 중 최고이다. 매사에 덜렁거리고 즉흥적이고 어떤 문제든 닥치면 그때그때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편인 나와 달리 그는 무엇이든 계획하고 계산하고 변수를 고려하여 A, B의 최소한의 대안을 항상 마련해 놓는다. 철저한 준비성은 삶의 많은 시행착오를 덜게 해 주고 불필요한 시간과 돈과 감정의 낭비를 막는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인생이 그리 계획한 대로 살아지던가. 살아온 인생 자체가 돌발 상황의 연속인 나는 결혼조차도 즉흥적으로 결정했고(물론 그때는 운명인 줄 알았다) 휩쓸리듯 살아왔으니 상대적으로 평탄하고 예측 가능한 효율적인 인생을 살아온 그의 삶의 가장 큰 돌발 변수는 아마도 나와의 결혼이었을 것이다.  


종종 나의 꽂히는 대로 살아온 삶의 방식을 질책하듯 비판하는 그에게 난 말했다. 그리 효율적으로 살아온 너는 결국 비효율적으로 살아온 나와 만나 한 배에 실리지 않았더냐. 그러니 니 삶이 나보다 나을게 무엇이더냐.


그렇다.

아직 다 살지 않았으니 종착지까지는 알 수 없으나 삶의 방식에 따라 꼭 삶의 궤적이 달라지는 건 아닌 모양이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가기 않은 길은 가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스무 살에나 마흔 살에나 아마도 눈감는 그날까지 삶이 갖는 숙명적인 미련이 아닐까.



LIFE에 IF가 있는 것은 인생에는 늘 만약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Oh, my life with IFs

사람마다 가진 게 다르고 가진 재능과 여건, 성격, 성향, 의지와 능력, 모든 것이 다른데 모두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게 어찌 평등인가. 세상은 불평등하기에 평등하듯이 가지 않은 길 또한 포기했기에 지금의 삶이 주어진 것임을 인정한다면,


자꾸만 멈춰서 뒤돌아보기보다 다시금 전진하며 지금의 만약을 살아내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해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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