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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dew Mar 10. 2022

정. 알. 못. 에게 희망이란

정치. 알지도. 못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평범한 아줌마인 내 페북 피드가 이렇게까지 정치색이 가득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보다 나은 세상,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누군가는 기대로 가득한 메시지를, 누군가는 절망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개인적인 시야도, 삶의 바운더리도 좁아터져서 

원래도 그닥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1인이었지만,

정치학 전공인 남편과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건강을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나의 관심이 세상을 향한 남편의 관심과 결국 만나게 됨을, 부끄럽게도 30대 중반이 훌쩍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정. 알. 못이어서 한 발짝 물러서 보는 40대 중반의 입장에서,

난 여전히 어떤 지도자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정치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하던가.

문명이 시작된 이래, 세상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지금의 세상이 문명 이전의 세상보다 더 행복해졌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은 본디 악하기에,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리더는

그 속도를 늦추거나 빠르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차악을 선택한다는 말처럼,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그나마 내가 리더에게 기대하는 것이다.


오늘 막둥이와 동물원에 다녀왔다.

오전 내내 자던 애들이 점심 먹고 나와보니 아직도 자고 있다.

엄마, 쟤네는 왜 잠만 자?

일어나서 기대할 일이 없으니까 그렇겠지.

쟤네가 무슨 희망이 있겠니,

그저 우리한테 이렇게 보여지는 삶을 사는 거 외에, 여긴 나갈 수 있길 하니,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길 하니,

그러니 아무 의욕이 없는 거겠지..


그 말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는 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가정을 되돌리고자 하는 의지나 기대가 없이,

이혼한들 결코 나아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갇힌 나의 절망.




페북에 쏟아지는 정치색 가득한 메시지를 보며,

아직도 리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기대하다니

어리석다 생각했던 사람들이 오늘따라…

그들이 품은 그 간절한 희망이 부럽게 느껴졌다.


희망을 갖는다는 건 앞으로 나아가던 뒤로 돌아가던 주저앉아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놀라운 힘을 준다.

그러니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너무나 희망적이다.


아요와에서 지내는 동안, 꼬박 3시간 넘게 걸리는 시카로까지 운전해가서 투표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제 나라 싫다고 떠나 남의 땅에 뿌리내리고 살겠다고 온 사람들이 

무슨 관심이 뻗쳐서 저렇게까지 하나, 다소 냉소적인 시선으로 봐온 게 사실이지만

한국에 나와 있는 이 짧은 체류기간 동안,

동물원에 갔다 오는 길, 난 굳이 가서 한 표를 행사했다.


비록 이 표가 세상을 바꾸리라는 기대는 없을지라도

여전히 그 기대를 품은 사람들의 희망을 지켜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 희망이…

어리석은 두 리더로 인해 깨어지고 망가져버린 우리 가정에도, 나의 삶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되어주길 간절히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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