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dew Mar 10. 2022

또! 손끝이 찢어졌다.

이게 다 날씨 탓이야

며칠 전부터 손톱 가생이가 끄스르기 시작해서 손톱 가위로 바짝 잘라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자른 자리가 덧나기 시작했다.

첨에는 눈에 보일까 말까 한 작은 빨간 점 수준이어서 일부러 만지지 않으면 별 느낌도 없었는데

며칠이 지난 지금, 그 주변이 퉁퉁 부어올라 손가락 전체가 두껍고 벌게졌다.


겨울만 되면 반복되는 일이다.

안 그래도 춥고 건조한 집에서는 늘 손끝이 갈라지고 찢기기 쉬운데

하루 종일 물을 묻히고 닦아내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매 순간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은 한, 물기가 마름과 동시에 어딘가 당기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어딘가 틱! 갈라지며 피가 맺힌다.


어? 또 갈라졌네,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대수롭잖게 생각하며 맺힌 피가 마르기 전에 또 물을 묻히다 보면

처음에는 그 닿는 느낌이 찢어질 듯 고통스럽지만

생각보다 더 빨리 감각은 점점 둔해진다.

어? 이제 괜찮아졌나? 하고 함부로 쓰다 보면

그날 밤이 지나고 완전히 물기가 마른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전날보다 더 붓고 악화되어 그 고통은 배가 된다.

염증이라도 생겨서 아예 곪아버리면 

회복하기까지 며칠이 걸리는 큰 공사가 될지언정

다 들어내고 치료하고 나면 상처는 분명 회복되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그렇게 고통과 둔해짐을 반복하다 그 겨울이 끝날 때 즈음엔

내성이 생긴 건지 날씨가 풀려 호전된 건지 모르는 채로

어쨌거나 점점 나아지게 된다.


그리고 그해 겨울, 까맣게 잊고 있던 그 고통이 반복될 즈음에서야

아… 적응이 된 게 아니었구나 깨달을 뿐이다.




우리의 관계도 그랬던 거 같다.

서로를 찌른 상처는 첨에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균열이었지만

나아지려니 방치했다가 혹은 더 몰아붙였다가

어느새 염증으로 퉁퉁 불은 관계가 되었다.

순간순간 물에 닿는 고통처럼 아프기도 했지만

익숙해져서 혹은 무뎌져서 나아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반복되는 동안 더 곪아서 자연치유가 어려울 만큼 커져버렸다.


그러나 그것이 삶이 아니던가.

끄스러기 하나 없이 손끝이 찢어지는 경험을 안 해본 사람은 없다.

또 찢어졌네.

아이고 아프겠네 손 한번 문질러 주고

겨울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시기는 또 그렇게 간다.

내년 겨울에도 아프겠지만 또다시 이겨내며 반복된 긍정적인 경험은 앞으로 올 아픔을 감당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우리가 해결해야 했던 건 

손이 찢어지지 않을 방법이 아니었는데…

서로의 상처 난 손을 만져주지 못한 지난날을 후회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상처 난 손가락에 어차피 물에 젖으면 무용지물인 밴드를 붙이며

애꿎은 날씨를 탓한다.

하여간 더럽게 추워가지고…!

매거진의 이전글 정. 알. 못. 에게 희망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