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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dew Apr 14. 2022

희망의 계기는 마음 먹기

언제든 다시 웃을 수 있다면,

사실상 잠정적인 별거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날에 따라 더하거나 덜한, 남겨두고 온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이 익숙해질 무렵부터..

의식적으로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무심하게 살아온 지난 세월을 쓰기도 하고

그 세월을 이끌어준 신앙과 하나님의 이야기로,

그러다가 육아와 문화에 대한 단상으로..

육아와 브런치의 최악의 공통점은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하던데 이렇듯 생각나는 대로 쏟아내던 시간 동안

아마도 난 백날 생각하고 곱씹어봐야 답이 없는 현실을 조금 외면하고 싶었던 거 같다.

어쨌거나 지금은 떨어져 있으니까두고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염려가 따르긴 했지만 매일같이 지옥 같은 공간 안에서 하루하루 숨만 쉬고 있던 때에 비하면 내가 다스려야  감정이 오직 죄책감뿐인  상황은 오히려 가볍게 느껴질 정도였다.


해결할 방법도, 능력도, 의지도 없는 지금,

그저 무기력한 상태로 주저앉아 있기보다 그나마 달고 온 막둥이와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자

혹은 남겨놓고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한 수고 일지 모를 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올 때마다 멍하니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엄마 머라고?'라는 말에 화들짝 놀래며 '아냐, 아무것도 아냐' 생각을 떨쳐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뒤늦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달 어느 즈음, 저녁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이었다. 느닷없이 내린 폭설로 길에는 눈이랑 얼음이 반쯤 여 발이 쭉쭉 미끄러졌다. 서로 잡아주고 버둥거리며 휘적거리다가 얼음인  알았던 곳이 물웅덩이라 신발이 쑤욱 졌는데  꼴이 우습다고 막둥이는 까르르 까르르~~

다 젖은 채 덜덜 떨며 따뜻한 음료를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다.

주스를 고르던 막둥이가 말한다.

‘엄마, 나 오늘 왜케 기분이 좋지?’

그래??


뜬금없는 말이 엄마를 웃게 한다.

웃으면 좋지. 우리 애기가 웃으면 엄마는 행복해.


희망을 발견하는 순간은 내 눈앞에 영화처럼 밝은 빛이 극적으로 떠오르는 순간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 속의 작은 웃음,

푸훗! 하고 터지는 그 웃음에 스스로 깜짝 놀라며,

어, 오늘 내가 웃었네?

지금 내가 웃네?

그렇게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을 그릴 때 희망은 싹트는 거 같다.



어느새 4월 중순의 완연한 봄.

꽃망울이 송알송알 맺힌게 불과 며칠 전인데 이미 지기 시작한 목련의 넙대한  위로 핑크빛 벚꽃잎이 소담스레 내려앉았다.

형아랑 누나가 없어 왠지 모르게 의기소침하고 쓸쓸해 보이던 막둥이도

하루가 멀다 하고 훌쩍 거리며 전화를 하던 아이들도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듯 자연스레 이 상황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건 돌아가 현실을 마주해야 할 나뿐이다.


그러나,

잘 지내보려 한다.

불쑥 찾아온 희망의 웃음처럼 그냥 잘 지내보기로 불쑥 마음을 먹었다.


애써 감추려 하지 않고

결혼의 실패가 인생실패는 아니야,

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애써 나에게 설명하고 날 설득하려 하고, 외면하고 우기지 않고 말해본다.

괜찮아,

실패여도 괜찮아.

언젠가 오늘처럼 다시 웃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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