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되고 보니 뜨끈한 국물이 당긴다. 어묵 국물 한 모금 들이켜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르르 녹아버린다. 붕어빵과 호떡도 이 계절이면 어김없이 내 주머니를 털어가는 간식거리다. 역세권에 이어 '붕세권'이라는 신조어에 무릎을 탁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때나 붕어빵을 구입하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현찰 소지는 필수다.
생각해 보면 새해는 추운 겨울에 시작된다. 새해맞이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고 열심히 실천하던 때에, 새벽에 운동을 한다든지 학원에 등록을 하는 것으로 나를 들들 볶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작심삼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처음 며칠은 열심히 해내다가 결국은 추위에 굴복하고 말았다. 아침밥 든든히 먹고 가야 한다며 밥에 국 한 숟가락 뜨고 나면, 굳건했던 목표든 원대한 포부든 스리슬쩍 녹아내렸다. 온갖 유혹에도 꿋꿋이 해내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여행 중 맛집이라고 갔다가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실망한 적이 많아서 그런지 '안'맛집에 대해서만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나에게도 정말 맛있게 먹고 기분 좋아서 더 힘을 내어 여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분명. 오늘은 그 기억을 끄집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밝힌 바 있지만 나는 '안'미식가다. '아무거나' 혹은 '나도 그거'를 시키곤 한다. 여행 중에는 '추천 메뉴' 혹은 '이 식당에서 인기 있는 메뉴' 정도로 시킨다. 게다가 다른 테이블의 음식이 맛있어 보이면 '저거 주세요'도 한다. 그런데 이러는 편이 열심히 무언가를 검색하고 공부해가는 것보다 훨씬 성공 확률이 높다. 노력 대비 결과가 좋은 거고, 예상외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 장소를 떠올리자면 인도 남부의 바닷가 마을에서의 한 끼 식사였다. 그곳에는 메뉴가 따로 없다. 다들 그냥 자리 잡고 앉으면 알아서 식판부터 깔아준다. 그곳에서는 일회용 식판을 쓴다. 천연식판이다. 바로 바나나 잎으로 식판 삼아서 그 위에 음식을 올려준다. 밥과 커리와 반찬 등을 얹어주면 손으로 쓱쓱 비벼 먹으면 된다. 종업원이 돌아다니면서 떨어진 반찬은 계속 리필을 해준다.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 더 만족스러운 식사다. 그곳에서 먹은 음식이 맛있었다고 기억되는 것은 감각을 만족시키는 식사였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브랜드 여행』을 보면서 떠올린다.
실제로 하나의 감각에 대한 만족보다 다섯 가지 감각의 만족이 고객으로 하여금 브랜드 태도와 경험적 가치에 영향을 주며 고객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예쁜 그릇에 놓인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시각적 영향), 해산물을 먹을 때 파도 소리나 갈매기 소리를 들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며(청각), 컵의 뚜껑에 나 있는 구멍으로 먼저 냄새를 맡고 커피를 마실 경우 더 맛있게 느껴진다(후각). 또한 무거운 스푼이나 포크를 사용할 때 혹은 도구 대신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을 때 더 맛있게 느껴진다(촉각)
『브랜드 여행』 (36쪽)
생각해 보니 여행 중에 매 끼니를 맛집을 찾아가려 애쓰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우연히 맛집에 가거나 드물게 방문한 맛집의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에게 그 '맛집'이라는 곳의 '맛'은 물론 음식 자체에도 있겠지만, 그곳에 함께 있던 사람들, 분위기와 기분, 여행을 하고 있는 내 마음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 같다. 모든 감각을 만족시킨 그 순간, 그 장소의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