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아무리 마우스를 클릭해도 반응이 없어서 철렁했다. 이웃님의 노선생이 장렬히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인데, 그래도 내 노트북은 말썽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안도하던 차에 이게 무슨 일이람. 노트북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덜컥 겁이 났다. 어쩐다? 하지만 평소 나의 소신껏 행동했다.
다행히 리부팅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보통 컴퓨터나 텔레비전, 핸드폰이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나는 껐다가 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황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당황하지 말고'라는 말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당황해버리면 일을 해결하는 데에 더 멀어지니 말이다.
어쨌든 기계치인 나에게도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지금처럼 껐다 켜니 모든 것이 해결되고 아무렇지도 않게 평상심을 유지하며 글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머릿속의 온갖 복잡한 생각은 일단 재부팅 이후로 돌리자. '이렇게 추운데 직접 가지고 AS 센터에 가야 하나? 일단 전화를 해볼까? 눈이 이렇게 오는데 바로 방문해 주실까? 며칠 걸리면 어떡하지?' 같은 복잡한 생각은 어쩌면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동생의 컴퓨터에 바이러스 먹이고 미안하고 속상해서 운 적이 있다. 이상한 사이트를 본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링크해놓은 기사를 읽으려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 녀석 "컴퓨터 이상하면 엉엉 울면서 싸 들고 병원 갈 거지? 고쳐주세요~ 하면서!"라고 놀리는 것 아닌가. 울다 웃으면 신체 특정 부위에 일 난다는데, 아무것도 못 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그 꼴이 우습기도 하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 일이 있은 후에는 웬만하면 링크 클릭 안 한다. 무서워서. 내 노트북은 여전히 과잉보호 중이다. 되도록 프로그램 안 깔고 낯선 사이트 안 들어가고 조심조심 또 조심!
여행할 때에는 아플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포함하고, 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모두 모두 넣지만 아프면 그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여행할 때는 정말 아프면 손해다. 아프지 말기를 바라며 상비약을 챙겨간다. 그리고 그 약을 먹을 일 없이 여행을 마치면 기분이 좋다. 보통은 감기약이 주로 동이 난다. 갑자기 기후가 변하는 데다가 더워서 에어컨을 켜니 감기를 앓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에는 바로바로 복용할 수 있는 약이 도움이 된다.
보통 소화제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인도 여행에서는 물갈이로 고생한 적이 있다. 생수를 사 먹어도 그랬던 것은 어차피 음식은 그곳의 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그곳의 청결에 의심을 할 때 물갈이가 찾아왔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께름칙하면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국에서 가져간 지사제가 말을 듣지 않았다. 현지에서 사 먹는 약 한 알에 바로 몸이 반응을 보였다. 신기하게도 그랬다.
소설가 최민석의 중남미 여행 에세이 『40일간의 남미 일주』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종종 여행은 그림엽서 속의 풍경 속에 직접 발을 디디는 것과 같다. 방 벽에 붙여 있는 그 엽서 속의 풍경을 바라볼 때는 동경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 풍경 속에 들어오면 언어 장벽으로 인한 의사소통 실패와 예상치 못한 사고와 질병을 마주하게 된다.
『40일간의 남미 일주』 218쪽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풍경 속에 발을 디디고 싶어서 무척이나 그리워하며 꿈꾸다가 결국 여행을 실행하고 말지만, 여행 또한 현실이 되면 만만치 않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과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도 막상 아파서 앓는 순간이 오면 와장창 무너진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 무척이나 그리워질 뿐이다.
아프지 말 것,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아프지 말 것. 그리고 나의 노트북이여, 항상 고맙게 생각하니 아프지 말 지어다. 요즘 너 없으면 내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아프지 마세요. 코로나에 추운 겨울날이지만 곧 봄은 오겠죠. 우리 모두 잘 버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