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김용택 시인이 권하는 따라 쓰기 좋은 시 101편을 담은 책이다. 김용택 시인이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를 모아둔 책인데,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보내준 샘플북을 사용해보고 나중에 구입해서 적어내려갔다. 시를 눈으로만 읽지 않고 손으로도 읽을 수 있도록 나에게 그 시작을 열어준 책이다.
때는 2017년, 이 책에 담긴 시를 필사하며 시들어가던 내가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초판1쇄 발행이 2015년 6월 4일인데, 2017년 5월 9일 초판 73쇄 발행본을 구입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담긴 시를 읽고 필사하며 위로받았나 보다. 진짜 그랬다. 펜을 들고 직접 글자를 옮겨 적으면 시가 내 안으로 들어와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눈으로 흘려 읽는 것과는 달리, 입으로 음미하며 소리 내어 읽을 때와는 또 달리, 손끝으로 그려지는 감성으로 시는 다시 태어난다.
어쩌면
댄 조지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데려갈 거야
어쩌면 꽃들이 아름다움으로
너의 가슴을 채울지 몰라
어쩌면 희망이 너의 눈물을
영원히 닦아 없애 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침묵이 너를 강하게 만들 거야
이 시의 첫 문장으로 필사집의 제목을 정한 것이다. 이 말이 강력했다. 그걸로 이미 위로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이 시를 읽으며 떠올리는 지금, 힘든 상황을 잘 버텨냈던 내 마음이 생각난다.
생각해 보니 힘든 순간에는 누군가의 어설픈 위로에 오히려 상처 입고 좌절하지만, 누군가의 말보다 책 속 한 문장에 위로받기도 한다. 바닥을 치고 일어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게 한다. 2017년의 나 자신이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 시를 오랜만에 꺼내본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데려갈 거야'라는 한 마디에 나는 그 당시 살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시가 나에게 들어와서 단순한 문장이 아닌, 나에게 자양분이 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만들어내는 의미인 것이다. 책도 시도 그 무엇도 결국 그 완성은 독자가 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드는 것이다.
_볼테르
그러고 보니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필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매일은 힘들더라도 틈틈이 필사의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이왕 100일간의 감수성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으니 제대로 해야겠는데, 펜과 종이부터 제대로 구입해야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핑계를 대고 싶은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일단 하루에 한 편 감상이나 제대로 해볼 것이다.
손글씨를 쓰는 것, 글자를 꾹꾹 눌러서 마음에 담는다는 것을 잊은지 너무 오래되었다. 자판을 누르는 것이 더 편하고 익숙한 느낌이니 말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감성도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어루만지고 위로할 수 있는 시는 손글씨로 적어내려갔을 때 더 힘이 강해진다. 오늘은 이 시를 적어내려갔던 그때 그 마음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