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해 보았다. '먼 훗날, 아주아주 먼 훗날에 오늘 이 순간을 떠올리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하고 말이다. 아마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건강 생각해서 운동은 좀 더 할걸, 떡볶이는 좀 덜먹을걸, 좀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질걸, 사소한 일상에 감사하고 즐겁게 지낼걸, 그리고 '그때 그 주식 사둘 걸'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그냥 부담 없이 생각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거기에서 이렇게 생각을 이었다니까 갖다 붙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김소월의 「먼 후일」이 떠올랐다. 이 시 역시 고등학교 다닐 때에 접했다. '어머, 이건 못 잊었다는 소리잖아.'라고 생각하던 그때의 내 마음이 떠오른다. 잊지 못하겠다는 것보다 더 애절하고 강렬했다. 이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 보았을 때 시적 화자는 과연 당신을 잊었을까. 여전히 못 잊지 않았을까.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오늘은 지난번에 다 살펴보지 못한 김소월의 시를 읽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움에 대해 이처럼 사무치게 표현했다는 것에 감탄하며 시 감상을 해본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감정은 비슷할 것이다. 특히 사랑과 애절한 그리움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깊이가 다르다. 그 맛이 김소월 시만 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초혼」도 그렇고, 그리움에 대한 시들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니 한국인의 한을 잘 표현한 시인으로 김소월을 떠올리는 것 아니겠는가. 이미 알고 있고, 한국의 명시로 암송까지 하는 시여도, 역시나 언제 꺼내 읽느냐에 따라 그 맛이 또 다르다. 오늘은 김소월의 시 감상에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