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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몽 Apr 02. 2021

나태주 「풀꽃」 「행복1」 「행복2」

리뷰 중 시집 리뷰는 특히 어렵다. 일단 그 시가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 내가 왜 읽겠다고 했는지 난감해하며 나 스스로에게 눈을 흘기곤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시집 읽는 것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난해하면 또다시 손을 내밀기 어려우니 말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시와 내가 특별히 멀어지게 된 것 말이다. 지금은 노력으로 그 거리를 조금은 가까워지도록 하는 중이지만, 우리 사이는 노력이 없으면 다시 멀어질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시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서 좋다. 짧은 글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범한 글에서, '아!' 하며 훅 치고들어오는 것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풀꽃」을 좋아하는 거다. 누구든 그 시를 들으면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나태주의 대표시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풀꽃 시인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43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 생활을 마친 뒤, 시작에 전념하고 있다. 공주문화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유심작품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공주에서 공주풀꽃문학관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풀꽃문학상, 해외풀꽃시인상 등을 제정·시상하고 있다.

(출처: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책날개 중에서)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행복 2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행복 1





1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 주는



뚱뚱한 아내를 바라볼 때



잠시 나는 행복하다



저의 엄마에게 긴 머리를 통째로 맡긴 채



반쯤 입을 벌리고



반쯤은 눈을 감고



꿈꾸는 듯 귀여운 작은 숙녀



딸아이를 바라볼 때



나는 잠시 더 행복하다.






2



학교 가는 딸아이



배웅하러 손잡고 골목길 가는



아내의 뒤를 따라가면서



꼭 식모 아줌마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 가는 것 같애



놀려 주면서



나는 조금 행복해진다




딸아이 손을 바꿔 잡고 가는 나를



아내가 뒤따라 오면서



꼭 머슴 아저씨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 가는 것 같애



놀림을 당하면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진다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대표적인 시다. 이 시는 우리 마음속에 훅 들어와있다. 외우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외워지는 시다. 화려한 꽃은 아니더라도 각자 개성 있는 풀꽃의 삶이 보통 우리들 아니겠는가.



다른 누구의 시집도 그 안에 실린 시가 모두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지만 나태주의 시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태주의 시집은 산삼 캐는 심마니의 심정으로 읽어나가면 된다. 쓱 훑어보다가 어느 순간 '심봤다'를 외치는 순간이 온다. 오늘은 그 기분을 느끼며 시 감상을 이어갈 것이다.





제공받은 책이지만 나태주 스페셜 에디션 소장하고 싶은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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