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였다.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를 처음 접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시의 제목을 보고 그때 내 반응은 '시가 쉽게 씌어지면 좋은 거 아니야?' 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나가보니 아니었다. 시를 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이다.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때에는 어렴풋이 '그런가 보다'라며 생각하던 그 시가 지금에서야 훅 마음에 들어온다. 그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마음일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시를 읽으며 짐작해본다. 오늘은 문득 윤동주 시인의 시를 한 번 더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 있는 윤동주 시집 두 권이다. 아, 한 권 더 있는데 안 가져온 거 있고, 찾아보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내 앞에 있는 책은 이 두 권이다. 오늘은 한국대표시인100인 선집 33권인 왼쪽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감상하기로 최종 결정!
윤동주 연보
1917 북간도 명동촌 출생
1943 용정 은진중학교 입학
1935 평양 숭실중학교로 옮김
1938 숭실중학교 폐교후 광명학원 중학부 졸업
1941 연희전문 문과 졸업.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졸업기념으로 간행하려 했으나 이루지 못함
1942 일본 동경 릿교대학(立敎大學) 영문과 입학,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영문과 편입
1943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
1945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옥사
윤동주 시인의 죽음은, 여러 풀이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의 순결하고 정직한 도덕적 확신에 의한 죽음이었다고 생각된다. 총을 들고 일제에 항거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곧고 굳고 맑은 지조가 일제의 어떤 억압에도 타협하지 않았으므로 죽음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뜻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와 삶은 완전히 통합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창조적 자아로서의 화자의 말과 세속적 삶을 영위한 바 세속적 자아 사이의 괴리가 「쉽게 씌어진 詩」에서 사라지고 통합됨을 봄으로써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출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미래사, 순결한 혼의 시인 윤동주, 신동욱 문학평론가 연대 교수 해설 중에서)
윤동주 시인이 서시를 지은 때가 24세 때, 사망 당시가 27세라고 한다. 너무 짧다. 국군장병 아저씨께 위문편지를 쓰던 어린이가 자라나서 군대 제대한 학생들을 보며 파릇파릇하다고 생각할 무렵이 되고 보니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래도 여전히 작품으로 이 세상에서 독자들의 마음속에 살아있으니, 오늘은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좀 더 음미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