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예전부터 접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감상한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왜 갑자기 버지니아 울프가 나왔는지, 그녀의 생애가 어땠는지, 이 시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나는 한동안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감상해야겠다. 요즘에야말로 지금껏 미루어왔던 시 감상을 하는 귀한 시간 아니겠는가. 오늘은 박인환 시를 감상해보아야겠다.
박인환 (1926년~1956년)
1926년 강원도 인제군 인제면 상동리에서 출생. 평양 의학 전문학교를 다니다가 8·15 광복을 맞으면서 학업 중단. 종로 2가 낙원동 입구에서 서점 '마리서사'를 개업. 1946년(21세) 국제신보에 「거리」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등단. 6·25 동란이 일어나자, 9·28 수복 때까지 지하생활을 하다가 가족과 함께 대구로 피난, 부산에서 종군기자로 활동, 경향신문사를 거쳐 대한 해운공사 소속 화물선 사무장으로 미국을 다녀오기도 함. 김경린, 김수영, 임호권, 김병욱 등과 모더니즘 운동에 참여 왕성한 시작 활동을 펼침. 1956년 31세의 짧은 나이로 사망.
(출처:내 영혼의 숲에 내리는 마음의 시 중에서)
시인의 삶을 알고 나서 그 시인이 쓴 시가 다시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박인환 시인의 시가 그렇다. 그의 시는 그냥 떠올려도 두 편은 제목이 생각난다. 노래로도 만들어져 유명한 「세월이 가면」과 제목만으로도 이 시를 암송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목마와 숙녀」 말이다.
그의 생애를 짚어보자면 1944년에 황해도 재령의 명신중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8·15 광복으로 학업을 중단하였다. 그 뒤 상경하여 마리서사라는 서점을 경영하면서 김광균, 이한직, 김수영, 김경린, 오장환 등과 친교를 맺기도 하였고, 1948년 서점을 그만두면서 혼인. 그 해에 자유신문사, 이듬해에 경향신문사에 입사하여 기자로 근무하기도 하였다.
1950년 모더니즘운동 전개, 1951년 육군소속 종군작가단에 참여, 1955년 직장인 대한해운공사의 일 관계로 남해호 사무장의 임무를 띠고 미국에 다녀오기도 하였다. 1955년 첫 시집 『박인환선시집』을 낸 뒤 이듬해에 심장마비로 죽었다.
「목마와 숙녀」 는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서 우울과 고독 등 도시적 서정과 시대적 고뇌를 노래하고 있다. 1956년 작고 1주일 전에 쓰여진 「세월이 가면」은 노래로 만들어져 널리 불리기도 하였다. 이 정도의 사전지식을 알고 감상하면 또 다르게 다가오니 이제 본격적으로 시를 감상해보아야겠다.
검색해보니 박인환은 시인 이상 기일 4월 17일을 3월 17일로 착각하여 시 「죽은 아폴론- 이상(李箱) 그가 떠난 날에」를 발표하고 줄창 술을 마신 뒤 4일 간의 폭음 탓에 급성 알콜중독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가 착각을 한 것인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것인지는 본인만 아는 거라고. 특히 「세월이 가면」은 그 사람 이름을 잊을 정도면 먼 훗날 중년 이후에 회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너무 짧은 생애였다.
오늘은 이 시까지 감상하면서 마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