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랬냐는 듯 벚꽃길은 다시 나무만 보이고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꽃이 지면 너무나 허무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꽃 못지않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연둣빛 이파리가 눈에 띄는 것이다. 꽃이 피었을 때는 그 시기대로, 꽃이 진 후에는 또 이 시기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또다시 이육사의 시가 생각난다. 「광야」나 「꽃」에서는 희망의 결과와 신념을 노래하고 있다지만, 「교목」에서는 섣부른 희망이 아니라 현실을 견뎌내는 것에 대해 노래하는 거라고 배웠다. 어쩌면 살아가는 것은 견뎌내는 것! 단단하게 굳은살이 배기며 버텨가면서 살아내는 것이리라. 그래서 오늘은 이육사의 시 「교목」과 「子夜曲」 「파초」를 감상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육사는 1904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하여 예안 보문의숙을 거쳐 중국에서 군관학교 및 북경대학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1933년 『신조선』에 「황혼」을 발표하고 등단했으며 「청포도」(1939) 「절정」(1940) 「자야곡」(1941)을 『문장』에 발표하였다. 신석초·윤곤강 등과 「자오선」 「시학」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무장항일단체인 의열단에 가담하여 3년 간의 옥고를 치르는 등 독립지사로서의 자리도 뚜렷이 남겼다.
1944년 작고 후 『육사시집』(1946)이 간행되었다.
(출처: 광야, 이육사,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 18, 미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