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보다가 우연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곡을 듣게 되었다. 코로나 힐링곡이라고 설명을 듣고 보니 우리의 현실이 새삼스럽다. 더 이상 힘들지 않게, 이 또한 잘 지나가기를 기대하며 오늘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감상하기로 한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보면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대위의 딸』을 소개한다. 그 책에는 푸시킨의 시구를 먼저 들려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라고 말이다. 그런 후에 유시민은 이 시가 푸시킨의 대표작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는 러시아에서 손꼽는 푸시킨의 대표작이 아닌데 한국에서 애송되는 것이 신기하다고 주한 러시아 대사가 이 시를 인용해 인사하는 것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이다. 푸시킨(1799~1837)은 러시아의 가장 사랑받는 국민 시인이자 소설가다. 그는 자신을 모욕한 프랑스인 귀족과 결투를 벌이고 총상으로 숨을 거두기까지 38년의 짧은 생애 동안 시, 희곡,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장르에 걸쳐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펼쳤으며, 당시까지 서유럽의 발전된 모든 문학 장르를 접한 뒤 러시아에 도입시켰다. 특히 푸시킨은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개척자로, 투르게네프는 "푸시킨 이후의 작가들은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학창 시절 다이어리에, 그러니까 명언이나 시가 인쇄되어 있는 그런 다이어리에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감상하려고 보니 다른 책에서 찾을 수 없다가, 혹시나 이 책에 있을까 하여 넘겨보니 역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해석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서 두 가지 버전으로 담아보았다. 러시아 시인의 작품이지만 우리의 정서에 맞아서 한국에서 더 인기를 끌면서 널리 낭송되고 캘리그래피로도 많이 보이며 노래로도 퍼져나가 나보다. 언제 어느 시대에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라는 한 마디는 마음을 다잡는 힘을 주는 글임에 분명하다. 오늘 나도,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모욕을 느끼더라도 푸시킨처럼 결투하지 말고, 내 감정을 잘 다스려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