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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몽 Apr 27. 2021

푸시킨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텔레비전을 보다가 우연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곡을 듣게 되었다. 코로나 힐링곡이라고 설명을 듣고 보니 우리의 현실이 새삼스럽다. 더 이상 힘들지 않게, 이 또한 잘 지나가기를 기대하며 오늘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감상하기로 한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보면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대위의 딸』을 소개한다. 그 책에는 푸시킨의 시구를 먼저 들려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라고 말이다. 그런 후에 유시민은 이 시가 푸시킨의 대표작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는 러시아에서 손꼽는 푸시킨의 대표작이 아닌데 한국에서 애송되는 것이 신기하다고 주한 러시아 대사가 이 시를 인용해 인사하는 것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이다. 푸시킨(1799~1837)은 러시아의 가장 사랑받는 국민 시인이자 소설가다. 그는 자신을 모욕한 프랑스인 귀족과 결투를 벌이고 총상으로 숨을 거두기까지 38년의 짧은 생애 동안 시, 희곡,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장르에 걸쳐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펼쳤으며, 당시까지 서유럽의 발전된 모든 문학 장르를 접한 뒤 러시아에 도입시켰다. 특히 푸시킨은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개척자로, 투르게네프는 "푸시킨 이후의 작가들은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학창 시절 다이어리에, 그러니까 명언이나 시가 인쇄되어 있는 그런 다이어리에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감상하려고 보니 다른 책에서 찾을 수 없다가, 혹시나 이 책에 있을까 하여 넘겨보니 역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마라 탓하지 마라.



마음 아픈 날엔 가만히 누워 견디라.



즐거운 날이 찾아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산다.



지나치는 슬픔엔 끝장이 있게 마련



모든 것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그러면 내일은 기쁨이 돌아오느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출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최선 옮김, 민음사, 1997)




해석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서 두 가지 버전으로 담아보았다. 러시아 시인의 작품이지만 우리의 정서에 맞아서 한국에서 더 인기를 끌면서 널리 낭송되고 캘리그래피로도 많이 보이며 노래로도 퍼져나가 나보다. 언제 어느 시대에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라는 한 마디는 마음을 다잡는 힘을 주는 글임에 분명하다. 오늘 나도,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모욕을 느끼더라도 푸시킨처럼 결투하지 말고, 내 감정을 잘 다스려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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