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시를 품는 것은 아주 가끔이어도 괜찮다. 필사를 하며 음미하고 곱씹으며 마음에 시어를 담으면 된다. 그러면 그것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문득 내 삶에서 꽃처럼 피어나고 열매가 된다.
내 인생 최대 고비였던 4년 전 그 무렵, 나는 이 책을 읽었다. 그 당시에는 글이 많거나 생각이 복잡해지는 책은 집어 들면 한 줄도 읽을 수 없었다. 시 조차도 제대로 감상이 되지 않던 암울한 때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책이라도 읽지 않으면 어두운 생각이 몰려들어와서 걷잡을 수 없어서, 꾸역꾸역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그냥 저쪽에 치워두었다가 이제야 꺼내들어 살펴본다. 이 또한 책장을 촤르르 넘길 때마다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다르니 그 기분도 새롭다고 해야 할까. 감회가 새롭다. 이제 나는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드디어 해방된 것이다.
내 인생은 4년 전 그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래서 그런지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내가 그렇게 나약한 줄 몰랐고, 한없이 무너져내릴 줄 몰랐다. 또한 그런 시기도 잘 견뎌내고 더욱 단단해진 나로 거듭나리라고는 그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제는 알겠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그 말을 말이다. 오늘은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감상해보아야겠다.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 일도 있고, 지나고 보니 그때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는 일도 있다. 대범하게 지나가지 않아도 괜찮다. 흔들리고 쨍그랑 깨지는 듯 휘어져 버리더라도 인간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또한 잘 지나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제발 인생에서 앞으로는 그런 폭풍우 같은 시간은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