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껏 이 시집을 발견하지 못했던 걸까. 우리 집에 있는 김소월의 시만을 담은 김소월 시집 중에 제일 오래된 책인데 말이다. 책은 나의 눈에 띌 때 현재 시간으로 되살아나는 거다. 내가 펼쳐보아주고 읽어줌으로써 새 생명을 얻는 거다. 올여름 오래된 책들이 또다시 습기를 머금고 낡아갈 텐데, 습한 여름이 오기 전에 대대적인 책 정리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단은 김소월 시를 감상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소월시대표작선집 『사랑』이다. 1970년 9월 30일 발행본이다. '책머리에 붙여서'를 보면 편저자가 이 책을 어떻게 엮게 되었는지 알려주고 있다.
여기 좀 색다른 한 권의 소월의 시에 대한 책을 엮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시만을 모은 것은 아닙니다.
이건 도입 부분을 요즘 쓰는 말로 옮긴 것이고 원래는 이렇게 쓰여있다.
여기 좀 色다른 한券의 素月의 詩에 대한 책을 엮기로 하였읍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詩만을 뫃은 것은 아닙니다.
'뫃은'이 오타인가 생각되었지만 혹시 몰라 검색하였더니 네이버에서는 '좋은'으로 대신 검색해 주었다. 그런데 옛날에는 이렇게 썼다는 놀라운 사실. 언어는 이렇게 같은 듯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나머지'도 '남어지'로 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옛사람들의 일상에 들어가 보면 어떤 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편저자가 책머리에 쓴 글은 1959년 10월 10일에 쓴 글이다. 편저자는 소월시가 발표된 연대를 조사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반년 동안 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소월이 詩作을 했던 1919년에서 1930년 사이에 간행되었던 모든 잡지와 신문을 하나하나 들춰 나갔단 것이다. 그렇게 반년 동안 3분의 1 정도 찾았다고 한다. 잘못 실린 것은 시정했고, 시제를 임의로 고쳐놓은 것도 고증하여 발표당시의 원상태로 돌려놓았다고 한다.
그런 일들을 겪으며 소월 시가 한국인의 애송시로 자리 잡은 것이리라. 물론 명성에 비해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그리고 김소월 문학관 하나 못 짓고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희망하며 감상을 이어간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더니 눈이 아프다. 한자도 많이 섞여있는 데다가 세로 쓰기로 되어있으니 익숙하지 않아서 더 그런 면도 있고, 옛날 책이 글씨가 지금보다 훨씬 작아서 가독성도 떨어진다. 한글도 낯설고 책도 낯설다. 시대에 따라 대부분 변화하지만, 시인의 감성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