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천상병 시집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 10쇄 본이다. 1판 1쇄는 1984년에 발행했고, 1994년에 10쇄 발행본을 엄마가 선물을 받으신 듯하다. 책을 구입한 곳도 그 당시 잠실에 있던 세종문고라고 표시되어 있고, '1994.9.7. OOO 드림'이라고 적혀 있는데 누군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시는 거다. 그러고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데, 어느 순간에는 이름이 가물가물, 그러다가 얼굴도 희미해지고 기억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그분,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시고 계실는지 잘 모르겠지만, 감사의 마음도 전하고 축복도 빌어본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의 시구처럼 우리 이 세상 소풍 멋지게 끝내고 가서는 아름다웠다고 말해봅시다,라고 마음을 전해본다. 오늘은 이렇게 천상병 시인의 시를 감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나의 詩作의 뜻
시작(詩作)의 의미를 대체로 밝히겠다. 한 편 한 편의 시작노트를 지면 관계로 쓸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시작 과정은 쓸 수 있다.
나는 시를 문학의 왕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이라고 하면 장르도 많다. 소설도 있고 수필도 있고 아동문학도 있고 희곡도 있고 가지가지다. 그런데 시는 그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것이다. 시는 가장 진실하다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시는 시가 아니다. 시는 가장 진실의 진실이다. 우리는 진실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
여러 독자들이여. 우리는 진실을 위하여 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진실은 여기저기에 깔려 있습니다. 이것을 표현하는 것이 시입니다. 시를 읽고 짜증을 낸다면 그 시는 가짜입니다!
…
나는 이번 이 시집이 세 권째 시집이다. 나이 55세에 시집이 세 권뿐이라니 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가난하고 불쌍한 시인이지만 나는 후회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 사랑이야말로 인생의 행복인 것이다. 나는 가난하고 슬퍼도 행복한 것이다. 그 행복의 결과가 이 시집으로 태어난 것이다.
행복이란 딴 것이 아니다. 언제나 가슴 뿌듯하게 사는 것이 행복인 것이다. 사소한 일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그리고 기쁨을 느낀다면 그건 행복이다.
내가 그런 것이다. 여러분이 이 시집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주신다면 필자에겐 더한 기쁨이 없겠다.
(출처: 저자의 시작노트 중에서)
숱한 이야기를 뿌리고 다닌 그의 시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집에 책이 몇 권 있어서, 이번에는 이 책을 통해 천상병 시인의 시를 감상해본다. 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진 소풍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