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요즘은 '오늘은 무엇을 정리할까' 생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왜 그동안 나는 정리나 청소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것일까. 하루에 조금씩만 신경 써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 될 텐데. 때로는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고 부담 없이 '완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정리로 자책하거나 부담 갖지 말고 눈앞에 있는 것 후다닥 당장 5분만 실행해보는 것만으로도 개운하다. 물론 이렇게 정리에 돌입하면서 우리집은 그렇게 막 깨끗해진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더러운 것도 아니니 내 기준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동안 차곡차곡 정리 포스팅을 올리면서 한 번도 떠올리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딱히 없을 줄 알았다. '거울'을 생각해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거울을 정성껏 닦아본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책상 한번 더 닦고 방바닥은 닦을지언정, 거울을 닦을 생각을 여전히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리 2일 차에 『바쁜데도 여유 있는 살림아이디어31』을 읽으며 「'빛나게 할 것'은 항상 빛나게 한다」를 실천했다. 하지만 그때 거울은 손도 대지 못했다. 수도꼭지가 빛을 잃은 것이 눈에 보였으니 그것부터 반짝이게 하기에 급급했다.



거울이나 유리창, 문손잡이나 개수대, 수도꼭지 등 집에서 빛을 반사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런 '빛나는 것'은 언제나 빛날 수 있도록 합시다.
『바쁜데도 여유 있는 살림아이디어31』 129쪽



그러고 보니 이제 정리 초보는 좀 벗어난 것 같다.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했던 때와는 달리, 저녁 설거지를 마치면 거름망도 한번 청소해주고 수도꼭지까지 한 번 닦아주는 식으로 마무리 범위를 늘리며 자연스레 청소를 일상화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지만 미처 손쓰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다. 그중 거울이 이제야 보인 것이다.



'거울' 하니까 작년에 읽은 자기계발서 『미러』가 생각난다.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라고 조언하는 책들은 여럿 읽었지만, 진심 나를 바라보며 나에게 말 거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은 처음이었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거울 속 내 눈을 보며 말을 거는 순간 기적은 시작된다'라고 말이다.



거울 속 내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시도한 적이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눈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말 거는 것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미러 워크'는 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나부터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거울을 보고 말하라. "너를 좋아하고 싶어. 진심으로 너를 사랑하고 싶어."
『미러』 14쪽



어쩌면 우리는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는 것에 대해서만 배우고 익히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을 추켜세우는 법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거울 앞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추켜세워도 상관이 없다. 이 세상에서 항상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으니까.



그러기 위해 먼지 쌓인 거울을 닦는다. 오늘은 방치해둔 거울들을 하나씩 닦아본다. 주로 사용하는 거울은 많지 않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거울이 너무 맑아지니 그 안에 있는 나를 만나는 것이 살짝 어색해지기도 하지만, 이제 주기적으로 닦아주기로 한다. 잊고 있었던 미러 워크도 다시 떠올리면서 말이다. 거울 속에 빛나는 나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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