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내가 낯설다.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미래의 어느 날,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똑같은 생각에 잠길 수 있겠다.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는 예전의 나를 다그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그냥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는 것이다. 불쑥 떠오르는 과거의 실수는 다 제쳐두고 그냥 안부만 묻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오늘은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 책 속에 있는 시 중에서 마음에 드는 시를 감상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경고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어디까지 방황하며 멀리 가려고 하는가?
보아라, 좋은 것은 여기 가까이에 있다.
행복을 잡는 법을 배워라.
행복은 언제나 네 곁에 있다.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을 꼭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매일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라.
모든 상처를 피해 떠난 아이가
많은 꽃들의 선물을 우연히 발견하듯이.
아이는 꽃잎을 모아 간직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자기 머리카락에 행복하게 머문 꽃잎들을
살포시 떼어내고,
사랑스러운 젊은 시절을 맞이하며
새로운 꽃잎에 손을 내밀 뿐.
무엇이 무거울까?
-크리스티나 로제티
무엇이 무거울까? 바닷모래와 슬픔이,
무엇이 짧을까? 오늘과 내일이,
무엇이 연약할까? 봄꽃과 젊음이,
무엇이 깊을까? 바다와 진실이.
참나무
-앨프리드 테니슨
젊어서나 늙어서나
당신의 삶을 사시오.
봄이 오면 생생한 황금빛으로
밝게 빛나는
참나무같이.
여름이 오면 잎이 풍성해지고,
그리고, 그러고 나서,
가을에는 다시
맑은 황금빛으로 바뀌는.
마침내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면,
보시오, 우뚝 선
줄기와 가지,
벌거벗은 힘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말들이 다 들어있는 듯하다.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이 시 속에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혜를 얻는다. 옛시인들도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걸까.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삶에 조바심을 내다가도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문득 깨달은 걸까. 좀 더 마음의 여유를 찾고 현재를 누리고 싶은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