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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몽 May 16. 2021

「풀따기」 김소월 시



매일 조금씩 시 감상을 하기로 한 건 참 잘한 일이다. 시 감상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면서도 마음먹으면 손 뻗어서 시집을 꺼내들어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매일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처럼 매일 조금씩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상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항상 꺼내들었던 김용택 시인이 고른 시들을 모은 필사책 옆쪽에서 이제야 내 눈에 들어온 시집이 있다. 시인 김용택이 고른 시를 모은 책 『시가 내게로 왔다』인데,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였다고 한다. 2001년에 발행한 책이 2004년에 24쇄까지 찍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방송의 힘인 듯하다. 문득 생각해 보니 내가 여기에 실린 시들을 제대로 감상했었나 기억이 잘 안 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가. 지금 하면 되는 것을. 그렇게 오늘은 이 책을 집어 들어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풀따기



-김소월






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은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김소월의 많은 시들 중에서 나는 언제나 이 시를 찾아든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어느새 시인의 '뒷산'은 우리 집 뒷산이 되고, 이 시는 나의 시가 된다. 파란 풀잎이 떠가는 물을 본 적이 있다. 풀들이 떠가며 강바닥에 그늘을 만들었다. 바위를 넘는 물결 따라 풀잎도 바위를 넘어서 뱅뱅 돌다 또 떠간다. 고은의 '마름풀', 황동규의 풀, 김소월의 풀, 모두 강물에 뜬 풀들이다.

(출처: 시가 내게로 왔다 121쪽, 김소월 시 「풀따기」 김용택 해설 중에서)




그동안 김소월의 시를 감상하는 시간을 몇 차례 가져보았지만 이 시는 이 책을 통해 감상해본다. 이 시는 김용택 시인의 해설을 읽고 나서야 풀이 다시 보이고 '풀 그림자'를 짚어주니 이 또한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풀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이 만든 그림자에 눈길을 주기로 한다. 사람도, 풀잎도, 한라산의 산 그림자도, 낮이어서 볼 수 있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그림자'들이다. 오늘은 그림자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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