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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몽 May 17. 2021

괴테 「들장미」 「오월의 노래」

마당에 장미가 절정을 지나고 있다. 분명 그리 오래전도 아니었는데, 한두 송이가 맺히더니 어느새 친구들을 죄다 불러 모은 듯 뭉텅이로 피어있다. 무겁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굵직한 꽃송이가 가득하다. 작년에 대대적으로 전지를 해주었는데, 올해 다른 해보다 꽃을 더 화려하게 피우고 있다. 위기의식 때문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그대로 사라져버릴까 걱정되어 올해는 더욱 화려하게 무리 지어 피었나 보다.


'장미'하니까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장미, 괴테, 오월……. 그래, 오늘이다. 무리 지어 떠오르는 이 단어들을 놓치지 말고 오늘은 괴테의 시를 감상해보아야겠다.




생긴 것만 보아도 오래된 듯한 이 책은 『괴-테 시집』이다. 발간일이 단기 4294년으로 되어 있어서 2333년을 빼보았다. 1961년 책이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단기를 썼는지 궁금하다. 언제 사라져버린 걸까?




제목에는 괴-테, 안에는 '케-테'라고도 쓰여있다. 그 시절은 세로쓰기. 역시 이 책은 지금 도서관이든 어디든 다른 곳으로 가면 곧장 쓰레기통 행이라는 것을 알기에 내가 간직해 주려고 한다. 올여름, 서귀포의 습한 여름을 잘 견뎌내야 할 텐데, 벌써부터 제습기 가득 물이 차는 계절이 되고 말았다.



들장미





목동은 보았네



황야의 장미를



그윽히 풍기는 그 모습.





목동은 달린다, 그 곁으로



아름다운 모습 즐기는



눈으로서 보고 있네, 정신없이



색도 눈부신 진홍의



황야에 핀 장미꽃.





「황야의 장미여, 나 꺾으련다.」



목동은 장미에 말했다.



장미는 답하여, 「나는 찌르려네



한이 오래 남도록



쉽사리 나는 지지 않으려네.」





목동은 꺾었네, 무정도 하게



황야에 핀 장미꽃



장미는 반항하며 손을 찔렀네



울부짖어도 소용없는 일



장미는 꺾이고 말았네.



황야의 핀 장미꽃



가시나무, 붉은 장미, 장미의 꽃




오월의 노래






참으로 화창하게



나 위해 자연은 빛나네



태양은 창공에 널리 비추고



들은 웃고, 만발이 되어





모든 사람 가슴은 끓어 오르고



기쁨과 즐거움의 소용돌이.



오오 대지, 오오 태양이여



오오 행복이여, 오오 환락이여.





오오 사랑의 뜨거운 마음이여!



황금빛 이루는 그 아름다움



저 봉우리에 깔려 있는



새벽의 안개처럼.





상쾌한 녹색의 들을



그대는 축복하고



천지를



꽃 아지랑이로 장식하네





귀여운 나의 아가씨여



나의 그리워하는 마음 애절하오.



비할 바 없는 그 눈동자



얼마나 나를 사랑하느냐.





노래와 바람



종달새는 사랑하네.



아침의 꽃



하늘의 향기를 그리워하네.





참으로 나는 그대 그리워



뜨거운 피 끓는 것 같이.



청춘과 기쁨 넘치는



사나이 마음 그대는 주었네.





새로운 노래와 춤을



그대 사랑을 내게 주었네.



행복 있어라, 영원히 그 사랑



그대가 나 사랑하듯이.







책 속에서 오래된 낙엽을 발견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리라 짐작된다. 장미가 이 책을 오랜 잠에서 깨워주었다. 다음번에 또 세상구경을 할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틈틈이 괴테의 시를 감상하며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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