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장미가 절정을 지나고 있다. 분명 그리 오래전도 아니었는데, 한두 송이가 맺히더니 어느새 친구들을 죄다 불러 모은 듯 뭉텅이로 피어있다. 무겁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굵직한 꽃송이가 가득하다. 작년에 대대적으로 전지를 해주었는데, 올해 다른 해보다 꽃을 더 화려하게 피우고 있다. 위기의식 때문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그대로 사라져버릴까 걱정되어 올해는 더욱 화려하게 무리 지어 피었나 보다.
'장미'하니까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장미, 괴테, 오월……. 그래, 오늘이다. 무리 지어 떠오르는 이 단어들을 놓치지 말고 오늘은 괴테의 시를 감상해보아야겠다.
생긴 것만 보아도 오래된 듯한 이 책은 『괴-테 시집』이다. 발간일이 단기 4294년으로 되어 있어서 2333년을 빼보았다. 1961년 책이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단기를 썼는지 궁금하다. 언제 사라져버린 걸까?
제목에는 괴-테, 안에는 '케-테'라고도 쓰여있다. 그 시절은 세로쓰기. 역시 이 책은 지금 도서관이든 어디든 다른 곳으로 가면 곧장 쓰레기통 행이라는 것을 알기에 내가 간직해 주려고 한다. 올여름, 서귀포의 습한 여름을 잘 견뎌내야 할 텐데, 벌써부터 제습기 가득 물이 차는 계절이 되고 말았다.
책 속에서 오래된 낙엽을 발견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리라 짐작된다. 장미가 이 책을 오랜 잠에서 깨워주었다. 다음번에 또 세상구경을 할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틈틈이 괴테의 시를 감상하며 하루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