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접몽 May 21. 2021

정현종 시 「방문객」

생각해 보면 인연이라는 건 대단하다. 하필 이 시대에 하필 여기에서 이렇게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그런 생각은 아주 '가끔'만 할 뿐이기는 하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사람에 치이고 괴로워하고 힘들고 지긋지긋해하면서도, 또 사람으로 치유되고 회복하기도 한다.



정현종의 시 「방문객」을 처음 접했을 때, 나 또한 사람이 몰고 오는 어마어마한 무게감에 휘청거렸다. 오늘은 이 시를 꺼내들어 감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시다. 눈앞의 한 사람은 그냥 단순히 한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 내 앞으로 온다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이 송두리째 함께 다가오는 것이다. 거대한 파도 같다. 보통 일이 아니다. 인연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면서 귀하게 만나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김삿갓 시, 시승(詩僧)과 함께 읊음, 천지만물의 역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