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진작에 절정을 이루고 이제는 시들어가고 있다. 낮에 마당에서 문득 장미의 현재를 사진에 담고 싶어졌다. 그때 찍은 사진을 오늘이 지나기 전에 시 감상을 위해 꺼내들었다가 문득 장미에게 미안해졌다. 가장 아름다울 때에만 사진에 담아야 했을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활짝 피어 절정을 이룬 때만 아름다운가. 장미의 생애 어느 순간이라고 의미 없는 때가 있으려고? 꽃봉오리로 여기에서 빨간 꽃이 나오기는 할까 생각되던 시절부터, 화려하게 꽃 핀 나날, 그리고 시들어서 떨어지고 다음 개화를 기다리는 모든 순간이 다 의미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그냥 아까 찍은 사진도 올려본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의 「시들어 가는 장미」를 감상해본다.
예전에 도서를 제공받았는데 그때에는 『데미안』 감상만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헤르만 헤세의 시 감상을 위해 틈틈이 꺼내든다. 이 책은 데미안뿐만 아니라, 부록으로 헤르만 헤세 영혼의 시 100선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소장하고 꺼내들기에 좋다.
헤르만 헤세의 시에는 철학적인 맛이 들어있다. 오늘은 헤르만 헤세의 시 「시들어 가는 장미」를 감상하며 우리네 인생을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