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접몽 Jun 04. 2021

윤동주 시 「내일은 없다」 「비오는 밤」

오랜만에 윤동주 시집을 꺼내들었다. 유명해서 다들 아는 시 말고, '윤동주 시 중에 이런 것도 있어?'라는 느낌이 드는 시를 감상하고 싶었다. 그리고 물론 그 중에서 오늘 나의 눈에 훅 들어오는 시를 감상하는 거다. 그렇게 나는 오늘 윤동주의 시 「내일은 없다」와 「비오는 밤」을 감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일은 없다



-어린 마음이 물은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내일은 없나니



……………




비 오는 밤











솨-철석! 파도 소리 문살에 부서져



잠 살포시 꿈이 흩어진다.







잠은 한낱 검은 고래떼처럼 살래어,



달랠 아무런 재주도 없다.







불을 밝혀 잠옷을 정성스레 여미는



三更,



염원.







동경의 땅 江南에 또 홍수질 것만 싶어,



바다의 향수보다 더 호젓해진다.





어렸을 때 나와 동생은 "엄마, 오늘이 내일이야?"라고 지겹게 묻고 또 물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때의 그 질문을 하던 마음이 얼핏 생각난다. 그리고 그 생각이 고스란히 윤동주의 시에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반갑기까지 하다. 어린 마음은 오늘과 내일이 궁금했다. 그런데 내일이 없다는 게 왜 이리 슬픈지, 그건 밤새 비가 내려서 그런가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해인 시 「백합의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